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터뷰] "특별법 만들어서라도 이근안 처벌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터뷰] "특별법 만들어서라도 이근안 처벌해야"

입력
1999.11.11 00:00
0 0

■故 박종철군 아버지 박정기씨『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해 이근안(李根安)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고문과 학살」로 얼룩졌던 80년대의 역사는 영원히 제대로 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서슬퍼런 5공 정권 아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朴鍾哲·당시 21세·서울대 언어학과 3)군의 아버지 박정기(朴正基·70)씨는 요즘 마음이 그리 좋지 않다. 80년대 고문 기술자인 이근안이 자수했는데도 현행법으로는 그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검찰이 이근안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고 하나 처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프랑스가 드레퓌스 사건을 특별법으로 해결했듯이 특별법을 제정, 이근안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또 『종철이를 고문했던 경찰들 중 형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을 봐도 이 사건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2년 전인 87년 1월 「탁」하고 치니 「억」하고 숨졌다는 박종철군은 다섯달 후 일어난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아들을 화장한 후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라고 울부짖었던 아버지 박씨는 그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으로 아들을 대신해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서왔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4일부터 유가협 회원들과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 1년을 맞았다. 의문사를 당한 아들, 딸의 명예회복과 사인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다. 유가협 회원은 80여명으로 평균연령이 60대 이상.

「민주열사」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라는 유가협의 주장에 국가보훈처가 반발하지만 그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특별법안이 꼭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

박씨는 『현 정부는 87년 민주항쟁이 바탕이 돼 이뤄진 정권이므로 민주화를 위해 쓰러져간 아들 딸의 명예를 회복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거리의 투쟁에 익숙해진 박씨지만 아직도 아들생각만 하면 목이 멘다. 『밤낮으로 종철이 생각을 안한 적이 없다』는 박씨는 『살아있으면 지금쯤 「그 기백과 능력에 이런 일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막힌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국에 흩어져있는 민주열사 묘지를 모아 성역화하고 아들의 기념사업을 활성화하는 일을 남은 일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민주화 투쟁을 위해 아예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 마포로 이사했다. 동생의 49재에서 목놓아 울며 타종했던 누나 은숙(恩淑·36)씨는 두 남매를 둔 가정주부로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어머니 정차순(鄭且順·67)씨는 몸이 쇠약해 바깥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박씨는 『이근안이 군사독재의 희생자라는 의견도 있다는데 이는 앞서간 우리 아들 딸들을 욕되게 하는 말』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근안과 같은 파렴치한 인물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아직도 나는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