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언론대책 문건」사건 수사가 핵심 관련자인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의 출현으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검찰은 문기자가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측에 문건과 함께 보낸 사신 3쪽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문기자를 이틀째 추궁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돼있는 사신의 내용이 문건작성 과정에 이부총재측의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 제3, 제4의 인물이 개입했는지 여부 이부총재가 문건을 실제 보고받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기자는 검찰에서 『개인적인 안부 내용』이라고 종전의 주장을 반복했고, 이부총재의 신원철 비서관 역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던 같다』고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더욱이 확실한 「물증」인 문기자의 컴퓨터 역시 문기자가 지난 6월 일부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파일복원에 실패할 경우 이번 문건은 「참고용 문건」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문기자가 이부총재 등 여권 실세들과 통화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SK상사 김모 부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언론장악 문건은 문기자의 단독작품이 아니라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을 경우 「축소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시기가 문건작성훨씬 이후인데다 「언론 장악」같은 중대사안을 전화로 논의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서 검찰은 문건작성과의 연관성 여부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검찰은 사신의 행방도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체를 찾지 못한 상태다. 이부총재측은 『10장 모두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문건을 훔친 이기자는 『사신을 제외한 원본 7장을 훔쳐 복사한 뒤 원본은 찢었다』거나 『복사본 7장만 훔쳤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부총재측이 「언론장악」을 위해 문건작성을 지시했다면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문건을 이번 사건처럼 소홀하게 방치했겠느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따라서 문기자가 「참고」로 보낸 문건을 이부총재측 보좌진이 방치하다 이기자가 문건을 훔쳐 정의원에게 전달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따라 이번 주내로 문기자 등 3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마무리짓고 피고소인 신분인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에게 출두를 요구,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에 나설 방침이다. 여당은 검찰이 정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하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의원이 이번에 검찰 출두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정의원 출두시 이번 사건외에도 「빨치산 발언」사건 등 검찰에 계류중인 정의원 관련 사건을 모두 조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
려졌다.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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