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료라도 자를 수 있는 수압톱은 D초등학교 인근 공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경보장치선은 노랑 적색 등 원색으로 되어있는데 두선을 다 자르면 안되고 한선만 절단해야한다」 「마취제와 독침은 이렇게 준비하라」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특수절도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모(40·절도전과 4범)씨의 노트에는 그만의 「절도 노하우」가 대학노트 2권에 빼곡이 담겨있다. 가히 「절도학 교본」을 방불케할 정도다.
4월 서울구치소를 출소한뒤 옛 동료들의 제의로 다시 절도행각에 나선 이씨는 금고털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자체 제작한 금고털이 공구와 만능키 등으로 무장한 이씨에겐 어떤 보안장치도 무용지물이다. 출소후 6개월여에 걸쳐 이씨가 턴 곳은 밝혀진 것만 마포구 서교동 H빌딩 등 무려 100여곳.
이씨는 자신의 절도행각을 「사업」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장조사」 「사업계획」 「공구제작법」 등으로 항목을 나눠 「절도지침서」를 만들었다. 이씨는 시장조사란에 「A대리점은 매월 20일 현금이 입금된다」는 등 업소마다 절도가 용이한 시기까지 체크해두는 꼼꼼함을 보였다. 이씨는 또 장물 처리를 위해 「가명계좌와 은행 대여금고를 확보한다」는 식의 사업계획과 수표 세탁 노하우는 물론, 주민등록증 위조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차량 절도를 위한 자동차 문따는 방법, 차량번호판 교체법, 절도용 공구 구입처 등의 기록도 세심하다.
이씨는 또 다른 노트에 자신이 배달원 등으로 위장, 조사한 서울 시내 300여 사무실의 약도와 경보장치 위치 등에 대해 「양재동 Y빌딩 1,4층 경보장치 되어있고 2, 3층은 안되어있음」 「화장실 창문을 타고 들어가면 됨」 등의 식으로 상세히 기술했다.
압권은 방범경보장치 해체법. 경보장치의 작동·설치원리, 해체순서, 주의점 등이 15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이씨는 이른바 「갈쿠리」로 불리는 자동차 및 아파트 절도용 공구 2종류와 5종류의 만능키에 대해서도 재료, 제작방법, 용도 등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하고 자체개발한 길이 35㎝정도의 금고털이용 공구의 설계도도 만들었다.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서』라고 밝힌 이씨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교도소 선배들의 얘기를 종합해 이씨가 작성한 노트는 거의 「절도학 박사학위 논문」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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