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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WWW.세상읽기] 교실은 무너지고 있지 않다

입력
199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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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교 교사가 펴낸 책 「학교종이 땡땡땡」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교실에선」이라는 첫 장이 특히 그렇다. 그 내용에 따르면 아이들은 1교시부터 졸기 시작한다. 수업 중 만화책 보기, 쪽지 돌리기는 예사다. 교과서도 가져오지 않고 등 돌리고 앉아 잡담하며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혼자 수업한다. 교사나 학생 모두 번갈아 시계만 쳐다본다. 『제발 (수업 끝) 종이여, 쳐라, 쳐』 교직생활 18년인 지은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교실, 이대로 좋은가」「학교붕괴 」「교육대란」같은, 큰일 난 것같은 제목의 신문기사와 프로그램에 인용되고 있다. 그 때문인 듯 교육관련서치고는 드물게 발간 40여일만에 3쇄 인쇄 중이라고 한다.책을 읽은 부모들은 걱정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도 그렇단 말인가』 탄식하고 학교교육을 더 불신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말에 만나본 교사 몇 분은 그 책을 사보지 않았다고 했다. 『현장에 있는 교사가 그런 책을 내고 언론이 그런 책을 거론할수록 교실붕괴가 기정사실화하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경청해야 할 의견을 주신 분도 있었다. 모범생까지, 여학생이라면 가방 안에 파운데이션을 넣고 다닐 만큼 문화가 달라졌으나 개별적으로 만나면 수줍어 하는 아이들도 책의 몇몇 부분을 신뢰하지 않았다. 『전에는 애들이 인간적인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런 교사를 무시한다』는 부분에 불만을 드러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 시간에는 누구나 졸거나 딴전 피우지 않는데 「교실붕괴」라고요?』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학교종이 땡땡땡」은 코미디언 전유성의 찻집 이름이잖아요. 그런 제목 붙이고 연극대본같이 퇴직교사의 마지막 수업을 구성하고 상업성이 짱인데요』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교육서들을 근거로 중고교의 수업이 실패라는 전제 아래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개혁정신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움직임에 있다. 많은 나라에서 교육은 「아이들 먼저(children first)」(pta.org)이지만 기초학습을 마친 시민 배출이라는 목표 아래 중학에서도 시험은 강화한다. 입시위주교육을 막는다고 배치고사격인 고입선발고사까지 없앤 것이 잘한 것인가같은 문제부터 하나하나 검토할 일이다. 교육을 되살려야 한다는 자성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지금 우리의 교실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 자성의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박금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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