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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랜 B.치넨] 30대이후 고민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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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랜 B.치넨] 30대이후 고민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입력
199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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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알랜 B.치넨 지음, 이나미 옮김

황금가지 발행, 8,000원

옛날 옛날에 한 젊은이가 아름다운 요정과 결혼했다. 그녀는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화가 나더라도 저를 절대로 치지 마세요』 그들은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키우던 말이 하도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남편이 화가 나서 고삐를 집어 던졌는데 잘못해서 옆에 있던 아내가 맞았다. 요정이던 아내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이 불쌍한 남자는 인내심이 부족했던 탓에 아내를 잃었고, 아이들은 어머니를 잃었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다.

중년의 삶도 이런 이야기와 비슷할지 모른다. 마법은 젊음의 이상을 상징한다. 그 꿈의 뒷편에는 완전한 사회, 완전한 사랑 등 완벽성에 대한 이미지가 숨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이제 어쩔 도리 없는 생활인이 되면서 꿈은 깨어진다. 진정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환상 버리기의 과정을 겪고 나서인지도 모른다.

30대 중반을 넘기고 40대로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환상 깨기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는다. 잠깐 혼돈 정도로 그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수도 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면서 정신과 의사인 알랜 B.치넨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이 책(원제 「Once Upon A Midlife」)은 그런 고민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페르시아, 이탈리아, 모로코 등 여러 나라에서 전해오는 동화, 전설, 신화 16가지를 예로 들어가며 30대 이후 중년의 고민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년으로 걸어들어가는 남녀가 겪게 되는 4가지 인생의 전복(顚覆)이 주제.

서른 이후에는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가 말하는 첫번째 인생의 전환이다. 인내심 없어 아내를 잃은 젊은이처럼 20대의 순수는 적당한 타협으로, 이상주의는 현실주의로 바뀌는 시점이 온다. 사람들은 이런 때 자기 혐오감에 빠지거나 시름에 젖어 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것이 인간발달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성장의 결과이고 이런 단계를 받아들여야만 피터팬 신드롬이라 불리는 「순수 콤플렉스」를 벗어날 수 있다.

두번째 전복은 남녀의 역전이다. 중년의 여성은 사회가 억압하던 개성과 자유를 되찾아 자신들의 내부에 숨겨있던 남성성을 발휘하고 사회의 금기를 깨는 해방감을 누리려 한다. 지은이는 이런 것이 여성운동이라는 사회적인 영향 탓이라기보다는 여성의 무의식적인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중년 이후의 여성들은 대가족제에서 남자보다 훨씬 권위가 커지고 더 상징적인 어른의 역할을 맡기 때문. 이때는 남성도 여성성에 눈뜨게 되고 결국 이런 양성성을 얼마나 지혜롭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여부도 판가름난다. 죽음이 모든 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운명을 깨닫는 일, 삶에 필요한 통찰력을 갖는 일도 중년에 일어나는 주요한 변화다. 찬찬히 읽으면서 나에게 닥친 위기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며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런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소득이다.

■ 나를 찾아가는 여행

줄리안 맨틀은 유능한 변호사였다. 하지만 절제하지 못하는 삶으로 법정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진다. 육체의 파탄이 불러온 정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도로 간 맨틀이 삶의 가르침을 깨달아오는 과정을 그린 소설 「나를 찾아가는 여행」(산성미디어 발행, 7,800원)이 최근 출간됐다. 책을 쓴 로빈 S.샤르마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일에 시달리던 변호사였다가 어느날 명상의 힘을 깨닫게 된 사람이다.

소설은 자신을 바로 세우려는 사람들을 돕는 7가지 미덕을 전한다. 깨달음의 중심에는 자기는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정원에 큰 뜻을 담은 높은 등대를 하나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원제 「페라리를 팔아버린 수도승」 처럼 부(富)와 속도에 모든 것을 거는 현대인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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