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아의 박수교(43)감독은 요즘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겨 있다. 새로 데려온 백인용병 존 와센버그(25)의 맹활약으로 입이 벌어진 것도 잠시, 김영만(27)과 강동희(33)의 컨디션회복이 늦어져 답답하다. 작전짜기가 어려워진 것이다.192㎝,104㎏의 단단한 체격인 존 와센버그는 「탱크」 조니 맥도웰(현대)에 대비, 「백인탱크」라고 불릴 정도로 힘과 기량을 겸비해 올시즌 노쇠해가는 기아호를 살릴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와센버그는 7일 개막전서 힘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맥도웰을 달고 뜨면서도 골밑슛을 거의 성공시켜 타구단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물론 아직 스타일이 알려지지 않아 방어가 허술했던 면도 있지만 골밑에서 맥도웰을 「가지고 노는」 폼이 그가 감각과 힘, 점프력을 겸비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하이, 로포스트를 오가면서 빈공간을 찾아내는 능력 또한 탁월해 박감독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그가 개막전서 올린 41득점은 역대 개막전 최다득점.
밝은 곳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국내 최고의 포인트 가드인 강동희의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개막전서는 와센버그와 토시로 저머니의 골밑공격이 워낙 강세를 보여 외곽슛을 자제한 면도 있지만 6득점 4어시스트 2스틸은 마음에 차지 않는다. 3점라인에서 바로 로포스트로 연결되는 날카로운 패스는 여전히 위력적. 그러나 체력저하로 3점슛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무릎부상으로 3쿼터에 교체된 김영만은 다행히 괜찮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완전 회복까지는 상당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릎이 좋지 않으면 슛자세가 불안해지고 리바운드 가담도 떨어진다. 더구나 강-김의 부진이 계속되면 상대수비가 센터진에 몰려 설상가상이다. 첫 지휘봉을 잡은 박감독의 「여우작전」은 강-김의 컨디션회복이 뒤따르지 않는 한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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