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누구나 신비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 모양과 구멍과 구불구불한 동굴과 올록볼록한 길과 온기와 습기와 전율과 침묵과 소곤거림과 넓이와 조각과 금지 구역과 노출 구역과 매력과 환멸을 간직하고 있다」여성 작가 파울라 페레스 알론소(41·사진)의 장편 소설 「개를 살까, 결혼을 할까」가 번역됐다. 두 가지 상반된 평을 한꺼번에 안겨준 화제작이다. 90년대 아르헨티나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에 질세라, 뻔뻔스럽고 노골적이라는 평이 잇달았다.
후아나라는 여인이 게릴라 애인이 실종된 후 또다른 연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그녀가 어느날 일간지에 광고를 낸다.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누렁이와 경쟁할 남자 구함」. 소설은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 오는 남자들의 이야기, 그들과의 관계, 나아가 사랑의 문제를 넘어선 진정한 관계 맺기까지 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소설에 나타난 두려움과 불신, 후아나의 의식을 강박하는 깊숙한 저변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틴 아메리카의 모진 군사독재. 이 소설은 「검열 없이 존재하는 것, 비굴함 없이 존재하는 것, 족쇄없이 존재하는 것」을 갈구하는 작가의 의식 세계와 군부독재의 상황이 곳곳에서 마주치는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 소설은 그 나선을 풀어 헤쳐가는 지적 스트립쇼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선택은? 그녀는 개를 사고, 결혼은 하지 않았다. 누렁이의 주인이며, 미혼 노처녀. 남녀가 짝을 이루는 일은 좋아 보이지만, 가정을 갖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유혜경 옮김, 창작시대, 8,000원.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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