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지난달까지 달러당 1,2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던 원화 환율이 9월 이후 처음으로 1,180원대로 내려 앉았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고, 앞으로 국제수지 관리와 거시경제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원화 가치의 상승은 예상됐던 일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문제다. 6-9월 순유출이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지난달 말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섰고,이달 들어서는 하루에 1억달러 이상이 들어오고 있다.
또 경상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고, 대우 사태의 해결기미로 달러 수요는 줄어든 반면 외화 유입은 늘어나고 있다. 달러가 넘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상 요인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원화 환율은 조만간 달러당 1,150원 선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이 걱정이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달러당 1,200원 선은 유지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대기업들이야 어떻게든 버틴다 하더라도 중소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고 외환수급에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급격한 원화절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계획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저금리 유지와 물가안정 우선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어서 환율방어에 치중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원화 환율의 하락폭이 외국인 투자자 주식매수 규모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 자본의 유입에 따라 외환시장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는 시중은행의 해외 부실채권 충당금을 달러로 쌓게하는 등 국내의 달러 수요를 촉진하고, 원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직접 사들일 방침이다. 환율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다. 외환위기 경험에서 보듯 한번 실기(失機)하면 그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작은 규모의 개방경제 체제인 우리 경제는 외부의 영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환율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의 대응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급격한 엔고의 높은 파도를 극복했던 일본 기업들의 노력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환 리스크 관리 강화, 수출시장의 다변화등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스스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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