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리 대장정의 날이 밝았다.55년 출범이후 44년동안 통일염원을 안고 국토 종단의 대레이스를 펼쳐온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는 한국육상 중흥과 함께 수많은 스타탄생의 산실이 돼왔다.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은 내일의 스타들이 다시 항도 부산에 모였다. 20세기를 마감하고 새천년을 여는 제45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한국일보 일간스포츠 대한육상경기연맹 주최, 한국전력협찬)가 8일 오전10시 부산시청앞을 출발, 민통선내 통일촌(14일 도착)까지 560.9㎞구간 레이스를 시작한다.
대회 2연패(連覇)를 노리는 충북팀을 필두로 정상정복에 재도전하는 지난해 준우승팀 서울, 다크호스로 꼽히는 경기와 경북, 그리고 대전 부산 대구 전남등 8개시·도 건각 130여명은 대회 전날인 7일 부산에 도착, 컨디션을 점검하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이날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감독자회의를 가진 8개시·도 임원들은 최종엔트리를 확정하고 선전을 다짐했다. 대역전경주 시발지인 부산의 김용범감독은 『한국육상중흥의 토대가 됐던 대역전경주는 시작때는 설레임으로 가득찼고 끝날때는 항상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훌륭한 대회였다』며 『20세기를 마감하는 대역전경주가 육상인이 대화합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이의수 조근형 유영진 이성운 백승도 형재영 제인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중·장거리 주자들이 구간 신기록수립과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노리며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황영조 김완기 이봉주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탄생의 산실답게 올해는 어느 팀에서 샛별이 등장, 21세기를 이끌 차세대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주목된다.
대회 첫날인 8일에는 부산시청앞을 출발, 울산을 거쳐 불국사와 천년고도 경주까지 이어지는 94.6㎞의 가장 긴 구간에서 초반 기선제압을 위해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진다.
부산=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대역전경주와 스타르타슬론
560.9㎞, 1,400리를 달리는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레이스이다. 10∼15명의 선수가 릴레이를 하는 만큼 한 선수는 마라톤코스정도만 달리지만 7일동안 계속, 마라톤보다 더한 정신적 육체적 인내가 필요하다. 지난 9월25일 열린 그리스의 스파르타슬론(SPARTATHLON)이 이와 유사한 대회이다.
82년 시작된 스파르타슬론은 마라톤처럼 2,500년전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다. 페르시아의 침공에 따라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은 아테네의 전령이 원군요청을 위해 아테네에서 스파르타까지 246㎞를 달렸다는 「역사의 아버지」 헤르도투스의 기술을 근거로 코스를 재현했다.
두 대회는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고 마라톤코스를 뛰어넘는 「울트라마라톤」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대역전경주는 한국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기전인 55년 통일염원에서 시작됐고 고대그리스 전령보다 뛰어난 역참제도를 근거로 했다. 거리는 대역전경주대회가 스파르타슬론보다 두배이상이지만 스파르타슬론은 한 선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한다. 스파르타슬론은 대회신기록이 나오지만 대역전경주는 구간기록은 있어도 대회신기록이 나올 수 없다. 북녘땅 신의주를 목표로 한 창설취지에 따라 대역전경주 코스는 항상 변해왔기 때문이다.
1회대회는 불과 490.5㎞, 지금은 무려 70여㎞나 늘었다. 골인지점도 97년까지 임진각에 머무르다 북녘땅에 가까이 가기 위해 민통선내 통일촌까지 올라갔다. 통일된 그날 신의주까지 이어지지 않는 한 대역전경주는 미완의 레이스로 남는다. 스파르타슬론의 건각들이 완주의 기쁨을 누리는데 반해 대역전경주의 건각들은 완주의 감격보다 항상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진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