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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청약] 돌다리도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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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청약] 돌다리도 두드려라

입력
1999.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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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10월말 H전자의 유상증자 소식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다. 그가 보유중인 300여주의 주가는 「반토막」. 더구나 4월에 이은 2차 증자였다. 하지만 증자발표후 H전자 주가는 연일 치솟았다. 반등을 기다려 매도하려던 K씨의 고민도 따라 늘었다.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청약은 해야하는지, 추가매수는….11월과 12월은 유상증자 시즌. 투자자들은 K씨처럼 유상증자가 호재인지 악재인지 갈팡질팡이다. 유상증자를 공시한 기업들에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급등, 혼란은 더하다.

유상증자로 투자자는 할인율 만큼 주식을 싸게 매입하고, 기업은 필요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외견상 모두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추가 투자금, 수급상황, 증시전망 등을 따져 권리락을 받기 직전까지 꼼꼼히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증시전망이 좋으면 증자참여

먼저고려할 점은 증시의 장기전망. 증자후 주가는 주식수 급증과 권리락으로 인해 하락하기 마련이다. 올 상반기 유상증자한 102개 기업의 주가가 권리락 이전으로 회복하는데 한달, 작년 상반기에는 네달이 걸렸다. 증자기업은 일정기간 주가관리에 나서기도 한다. 주가는 이보다는 증시여건에 좌우되는게 보통이다. 증시활황 때 증자가 많은 것은 이 때문. 장기전망이 밝을 때 증자참여는 안전한 투자법. 흐릴때는 「물타기」와 같아 지금의 작은 이익은 생각지 않는게 낫다.

또 현재 발행가는 배정기준일 전과 청약일 전 주가의 평균치중 낮은 가격으로 정해져 공시후 주가가 상승세이면 유리하지만 내리면 불리하다. 「유상증자는 시장을 보고 사라」는 말이 불문율로 돼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 기업을 봐라

다음은 기업의 내용. 미래가치와 실적 등 「재료」를 따져 내용이 좋은데 주가가 낮다면 증자시 추가매수로 수익률을 키울 수 있다.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신규투자 등 건전한 곳에 사용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증자가 부실경영에 따른 원리금상환 압박을 푸는 용도라면 문제다. 부실기업들이 이런 수법으로 피해를 가중시킨 경우가 있어왔다. 대주주의 도덕성도 체크포인트. 대주주들은 기업공개전에는 물타기 증자로, 공개후 자금조달과 증자차액을 동시에 얻는 증자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상장 당시에 비해 자본금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무분별한 증자를 의심해야 한다.

■ 증자조건을 따져라

증자조건의 유리한 점을 따져야 한다. 대부분 주간사나 증자기업은 현재가에서 일정 할인해 주식을 싸게 준다. 무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끼워주기도 한다. 이는 청약율을 높여 실권을 방지하기 위한 「당근」이다. 하지만 할인율, 신주배정비율은 기업의 안정성, 실적과는 정반대인 경우도 많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급급하면 추후 손해를 볼 수 있다.

■ 주가동향을 주시하라

해당 종목의 최근 주가동향도 고려사항. 유상증자 전후 해당기업의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한다. 증자의 이점이 크면 오르고, 적으면 떨어진다. 그러나 인위적인 조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어 결과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 실제 주간사나 증자 대상기업은 청약률을 높이려고 주가에 개입하기도 한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냄새」가 심한 편.

뚜렷한 이유없이 주가가 이상급등하면 청약후 곤두박질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이 때는 청약을 포기하고 대신 단기매매로 차익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 현재가에서 발행가를 뺀 괴리율이 50%를 밑돌면 매수한뒤 차익을 남기고 바로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지금처럼 유상증자를 하는 대기업의 주가가 신주배정 기준일을 앞두고 상승하면 고가매도로 치고빠져 향후 불안을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다.

■ 연말 유상증자 특수성 고려

유상증자 옥석 가리기에서 이번 시즌에는 몇가지 문제를 더 짚어야 한다. 이전과 다른 양상중 하나는 부채비율 200%이내로 맞추는 「게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 증자금은 기업의 영업력이나 수익을 촉진시키는 자금이 아니라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쓰여질 공산이 크다. 기업의 펀더멘탈 측면만 고려해서는 곤란해지게 된 것. 물론 기업들은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선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또 연말까지 대규모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이 몰려 있어 증시의 수급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 기업들이 증시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을 사는 것도 이 때문. 여기에 재벌기업들은 20-30%내외의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해왔는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일정 부분 매각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지분매각은 최악의 경우 주가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

신흥증권 기업분석팀 최석포(崔錫布)연구원은 『증자는 장기투자의 성격이 강해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의구심을 푼뒤 참여해도 늦지않다』고 말했다. 가령 외국인이 지금 해당종목을 사고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노랑머리」외국인인지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투자법이란 얘기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유상증자 관련 용어설명

유상증자는 기업이 사업밑천을 늘리는 것으로 기존 주주에게 새 주식 배당 우선권을 주는 구주주배정방식과 회사 특정연고자에게 주는 제3자배정방식, 불특정다수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모집하는 공모증자가 있다. 구주주배정에서 구주주가 신주를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신주인수권이라고 한다. 유상증자가 인기있는 것은 신주의 발행가를 시가보다 싸게 사는 혜택을 주기 때문이며 시가보다 낮아지는 발행가 비율을 할인율(보통 20-30%)이라고 한다. 만약 해당 종목이 인기가 없거나 할인율이 낮아 구주주 등이 유상청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권리락이라고 하고 권리락된 주식을 실권주라고 한다.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은 증자물량 가운데 20%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의무적으로 우선배정하고 나머지 80%를 구주주 등에게 배정한다. 증자물량을 배정받으려면 신주배정기준일까지 주주명부에 등재돼야 하며 이 날짜 이후에 주식을 사면 신주 청약자격이 없다. 신주배정기준일 다음날부터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데 이렇게 떨어진 주가를 권리락가격이라고 부른다. 기업은 신주배정 주주확정을 위해 일정기간동안 주식명의개서, 즉 주주명부상의 소유자 변경표시를 정지시킨다. 신주배정비율은 주주 보유주식 1주당 신주를 배정하는 비율. 예를 들어 신주배정비율이 0.5주라면 10주를 가진 주주는 5주를 배정받을 자격을 얻는 것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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