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1일 첫방송 후 이번 주로 68회째를 맞는 KBS 2TV 「영상기록 병원 24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병원의 인생사를 다루는 휴먼다큐멘터리로 늘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그동안 70년대 하이틴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영화배우 손창호씨 투병기, 샴쌍둥이 유리와 유정이, 젊은 나이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아 결국 생을 마감한 해태투수 김상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동생 재현과 그를 돌봐야 하는 한살위 형 재영의 사연, 방송사상 최초로 공개된 성전환 수술 등 기구한 생의 순간과 이면을 건져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생사의 기로에서 투쟁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진솔하면서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비디오 저널리즘(VJ) 다큐멘터리라는 특징 때문이다. 비디오 저널리즘이란 한 주제 하에 PD 한명이 6㎜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며 촬영하고 편집까지 맡는 1인 제작시스템. 카메라가 작기 때문에 현장 기동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환자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카메라에 찍히고 있는지 의식을 못해 현장이 자연스럽게 고스란히 담겨진다. 또한 적어도 한달에서 석달 동안 24시간 상주하며 일대일로 접촉하기 때문에 PD와 환자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져 한 인간의 내면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번 주에 방영될 「형」편을 제작한 김완진 PD는 병상에 누운 형 외에는 피붙이 하나 없는 김남석씨에게 혈육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김PD는 남석씨의 심정을 위로하고 나중에는 장례준비까지 도맡았다.
제작진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방송이 나간 후 후원금이 답지하고 환자들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 생의 희망을 되찾을 때. 그러나 환자가 결국 숨지게 되면 죽은 자의 부채를 한꺼번에 짊어진 듯 비통하기 그지없다. 방송 후 석달만에 숨진 김상진씨 경우도 그랬다. 고환암으로 투병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던 열여덟살 원식이의 경우 방송이 나간 후 이틀만에 5,000만원의 성금이 모일 정도로 시청자들이 쾌유를 빌었지만, 결국 올 2월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촬영 도중 환자가 숨진 경우도 그동안 네차례나 있었다.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외주 프로덕션인 「제이프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PD 7명이 돌아가면서 한 프로씩 맡는다. 제작총괄인 김주영 CP는 『삶과 죽음이란 인간의 본질적 문제를 되새기게 하는 다큐멘터리로 뿌리내리기 위해 앞으로도 밤을 잊은 채 병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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