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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형무소 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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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형무소 예술제

입력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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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극 또는 무언극으로 번역되는 팬터마임에도 각본은 있다.무언극 「아! 서대문 형무소」의 도입부다.

■ 한 많던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에서 7일까지 「서대문 형무소 민족문화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독립운동과 민주운동의 상징인 형무소 자리가 인권유린의 허물을 벗고, 예술에 의한 해원상생(解寃相生)의 터로 승화하는 것이다. 예술제에서는 「아! 서대문…」과 총체극 「살(煞)」, 비나리, 일제시대 옥중 애창곡 등이 공연된다. 참여 예술인도 시인 황지우와 국악인 이광수, 화가 임옥상, 일본 무용가 아리사카, 아프리카 음악인 마마두 등 다양하다.

■외국의 악명 높던 감옥들은 지금 대개 훌륭한 관광자원이나 문화예술 공간이 되어 일종의 역사적 속죄의식을 치르고 있다. 2,700석을 갖춘 프랑스의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은 지난 90년 바스티유 감옥 터에 문을 열었다. 프랑스혁명 200주년인 89년에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1년 늦게 문을 열었다. 프랑스혁명은 전제정치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정치범들이 갇혀 있는 바스티유 감옥을 깨부수면서 역사적 불길이 타올랐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의 초대 지휘자가 정명훈이었던 점도 우리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형무소 예술제는 감옥의 어두운 이미지를 희망의 이정표로 바꾸는 일이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는 하루 평균 1,300여명이 찾아오고 있다. 사무국은 상설공연 장소로 소극장 건립을 추진 중인데, 아예 장기 계획으로 큰 역사극장의 건립을 권하고 싶다. 서울 시내에 그만한 의미를 지닌 장소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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