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일 주요 당직자회의, 확대 당직자회의, 대변인·부대변인 성명·논평을 통해 정형근의원을 총력 엄호하면서 김대통령의 「전력」을 재론하는 방식으로 은근슬쩍 색깔논쟁에 기름을 부었다.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당직자 회의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김대중대통령과 색깔논쟁을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전제, 『다만, 서경원(徐敬元)전의원이 간첩죄로 10년형을 복역하고도 이제와서 정의원의 고문에 의해 사건이 조작됐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마당에 정의원도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었다』고 발언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당은 당시 검찰에서 김대통령이 서전의원으로부터 공작금 1만달러를 수령한 죄로 공소제기한 내용과 그후 여야합의에 의해 공소취소가 이루어진 과정 등에 대한 자료를 모아 정의원의 발언을 뒷받침해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대변인의 언급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힌 것이 왜 색깔론 제기인가』(김용수·金龍洙부대변인)란 논평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서경원사건의 실체를 다시 건드려서 한나라당이 손해볼 건 없다』는 전황(戰況)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실제로 정의원은 부산집회가 있기 전 미리 기자들에게 빨치산 발언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고, 집회가 끝난 뒤에도 『1면 머리로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을 예상하고 있었을 뿐더러 기자들이 내용의 「중요성」을 놓쳤을세라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어쨌거나 한나라당은 『여권이 정의원 발언을 문제삼겠다면 굳이 싸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내부입장을 정리했다. 당내에선 정의원의 발언은 물론 지도부의 계산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이런 식의 논쟁유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며 『케케묵은 색깔논쟁은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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