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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붕괴10주년] (1) 새천년 수도엔 건설,소비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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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붕괴10주년] (1) 새천년 수도엔 건설,소비 열기

입력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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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9일로 10주년을 맞는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철의 장벽」의 붕괴는 동구권의 연쇄적 몰락과 거대한 구 소련연방의 해체를 몰고 온 금세기 말 최대의 세계사적 드라마였다. 민주화의 열기와 함성으로 뒤덮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가슴 벅찬 환희를 맛 본 독일 국민들은 10년이 흐른 지금 통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유럽의 맹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통일독일의 현주소와 미래 모습을 현장취재로 알아본다. /편집자주1.통일독일의 현장 베를린

2.유럽의 강자 독일

3.「오스텔기」와 동서 불균형

4.동유럽-그 이후

5.독일통일과 남북통일

5일 저녁 7시. 통일 독일의 새 수도 베를린의 중심 포츠담 광장.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아이맥스(IMAX) 영화관을 찾은 동베를린 출신 슈미트(45)씨 부부는 마술사의 성공담을 그린 영화 「지그문트와 로이」를 보며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말로만 듣던 3차원 입체영화의 화려한 영상에 신기해하며 극장을 나선 슈미트씨 가족은 바로 옆 쇼핑몰의 지하 식당가에서 피자와 햄버거로 저녁식사를 했다. 아들의 겨울옷 쇼핑까지 끝낸 이들은 구동독의 대명사였던 국민차 트라반트 대신 독일의 폭스바겐을 몰고 동베를린의 집으로 향했다. 슈미트가족의 이같은 소박한 나들이는 통일이후 동베를린인들의 평범한 일상사다.

잠시후 밤 10시. 행인들이 뜸해져가는 포츠담광장에 밤이 깊어가지만 건설공사장 타워 크레인을 비추는 조명은 대낮처럼 환하다. 철근 골조를 이어 붙이는 용접공들의 작업도 새벽까지 쉬지않고 계속된다.

2개월 전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긴 후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제헌국회 앞 광장도 굴착기의 땅 파는 소리와 흙을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의 분진으로 요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승기념탑에서 바라 본 베를린은 새로 태어나는 도시였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민주화 움직임을 말없이 내려다 보던 브란덴부르크 문을 중심으로 2,000여개의 크고 작은 공사장에서 새천년의 중심도시로 거듭 나기위한 대역사(大役事)가 끊이지 않는다.

베를린시청의 건축담당 관계자는 『포츠담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는 파리-바르샤바-모스크바를, 남북으로는 스톡홀름-로마를 잇는 유럽 국제철도건설계획이 2005년이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구 동·서 베를린역과 시내를 지하철역과 연결시키고 시외까지 고속철을 확대하는 교통인프라 구축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수도 베를린은 동독인의 달라진 소비 패턴과 건설 열기로 장벽붕괴 10주년을 맞고 있다. 유럽 최대의 백화점 매장으로 꼽히는 카데베(KADEWE)에도 쇼핑과 식사를 즐기는 동독인이 크게 늘었다. 고급 쇼핑점이 줄지어 들어선 쿠담 거리는 몰려드는 인파와 화려한 조명으로 초저녁부터 달아오른다. 소비를 부추기는 시설은 자고나면 생겨난다. 현대미술관과 국립도서관, 베를린 필하모니 등 유서깊은 건축물이 몰려있는 포츠담 광장의 한편에는 호텔과 카지노, 오페라 극장 등 19개의 빌딩군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다임러 벤츠 센터가 자리잡았다. 맞은 편에는 7개의 빌딩군을 거느린 소니 센터가 금년말 들어설 예정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10년. 이제 베를린 시내에서 냉전과 반목의 상징이었던 장벽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않다. 베를린을 포위하듯 둘러쳐졌던 155㎞의 장벽은 통일의 함성과 함께 무너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장벽이 있던 곳은 선이나 벽돌조각으로 표시돼 있을뿐이다. 독일 정부는 동서 베를린을 가로질러 흐르는 슈프레강 기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장벽 1.3㎞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베를린 시민들은 아무런 관심없이 무심히 스쳐간다. 관광객만이 동구권 예술가의 그림이 그려진 이곳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며 당시를 회상할 뿐이다.

장벽 붕괴 10주년을 맞는 독일은 경제적으로는 통일 당시의 서독 경제력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해 국민총생산(GDP)은 3조8,000억마르크(2,470조원).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1인당 GDP는 4만6,400마르크(3,016만원)로 구동독의 89년 1인당 GDP 1만8,700마르크(1,220만원)에 비하면 통일 8년만에 2.5배가 늘었다. 현재 구동독 지역 가구의 71%가 승용차를 갖고 있으며 가전제품 보유율은 오히려 구서독 수준을 능가한다. 동독인의 소득은 서독인의 88%까지 접근했다. 앞으로 수년내에 동서독 지역간의 소득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동독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생산성,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등의 문제는 아직도 통일독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600㎢)보다 약간 넓은 891㎢의 땅에 346만명이 살고 있는 베를린은 아직도 통일의 마무리를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베를린=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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