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사회적 허용 범위는 시대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여 왔다. 5세기께 아테네에서는 권력의 중심에 있던 성인 남성시민(adult male citizen)이 그들의 성적 즐거움을 위해 귀족 미소년의 봉사(?)를 받는 게 사회적으로 용인됐다. 이들 사이의 감정적 연대관계는 지금의 동성애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사회적으로 남성 동성애 형태의 성이 제도화해 있었다는 점은 무척 이채롭다.중세에는 오럴섹스를 하다 적발된 경우 징역 7년의 무거운 벌을 내리는 법이 있었다. 자위형위도 전통적인 유대교와 기독교 모두 불결하게 취급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 오럴섹스를 중죄로 다스렸다는 발상은 신기할 뿐이다. 더욱이 자위행위는 여성 오르가슴장애나 남성 조루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 탤런트 서갑숙씨의 성체험기를 담은 책이 음란성 시비에 말렸다. 자신의 성체험을 상품화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녀의 자유에 대한 용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의견도 많았다. 여성의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상당히 자유로워졌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영원한 고정관념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너른 바다 한 가운데까지 흘러가고 있는 성 자유화의 물결이 어느 해안에 닿을 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64년 「불붙은 성의 혁명」을 표지에 내걸었지만, 84년엔 「성혁명은 끝났다」라는 표지제목을 실었다. 이같은 변화는 혼전 성관계, 혼외정사, 동성애 등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60년 이후 성의 자유화 경향이 점점 고조되다가 8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보수적인 성관념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의 자유가 반드시 행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점과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미혼모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성의 자유를 외치던 서구인들이 쾌락만을 위한 1회적인 성보다는 혼약에 의한 성을 더 원한다는 조사 결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인애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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