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표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임박한 「11월 대란」을 일단 잠재우기엔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900선을 가볍게 넘어선 주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장도 대책의 「약발」은 인정했다. 그러나 민간부실와 투자자 손실을 세금과 발권력으로 보전해줬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전례를 남겼으며 향후 3개월의 성과에 따라 「2월 대란」의 현실화 여부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투신사 불안제거
이번 대책은 시장불안의 핵인 투신사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데 초점이 집중되어 있다.
투신사 신뢰는 일차적으론 환매대응능력, 궁극적으론 대우손실로 훼손된 재무구조의 건전성 회복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우선 환매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투신사가 보유채권을 처분해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두군데 장치(회사채-채권안정기금, 국공채-한국은행)를 마련했다. 이어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를 위해 한국·대한투신에는 총 3조원의 자본투입계획을 세웠고, 나머지 투신사도 모두 대주주들이 책임을 지도록했다.
또 돈이 다시 투신사로 몰려올 수 있도록 「하이일드펀드」「자산담보부채권(ABS)」등 신규상품도 허용했다. 투신사가 환매공포에서 벗어나 시중여유자금을 흡수하게 된다면 투신사 채권·주식매입여력확대→금리안정→주가상승→기업자금조달 활발등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이란게 정부의 생각이다.
▦시장전망
관심은 대우채의 95%환매가 개시될 내년 2월, 즉 「2월 대란」이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또 시장의 반응 역시 2월 대란은 없을 것이란 관측.
하지만 여기엔 「대우 워크아웃의 차질없는 진행」이란 전제조건이 있다. 만약 국내외 채권단 이견으로 ㈜대우를 포함한 워크아웃이 공전된다면 금융기관 손실은 커지고, 시장불안감은 확산돼 위기는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8% 기준은 맞추더라도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해 이로 인한 대출기피등 신용경색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점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2조원(한국·대한 투신)으로 밝혔지만 실제론 양 투신외에 서울보증보험 4조원, 성업공사(대우채권 매입자금) 8조원등 총 14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의 투신사 유동성지원등 통화공급 확대규모도 만만치 않아 결국 민간부실해결을 위해 엄청난 혈세와 발권력이 동원되는 셈이다.
시장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긴 하나, 이번 공적자금 투입은 보호의무가 없는 투자자 손실을 국민 전부가 대신 떠안는다는 점에서 「공적 자금의 원칙부재」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공적 자금의 대가로 얼마나 강도높은 책임추궁을 할지도 주목된다.
또 빠른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압력에도 불구, 시장안정을 위해선 당분간 「팽창기조」유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인플레 차단등 거시경제운용에 큰 부담이 예상되며 긴축의 「실기(失機)」확률이 높아지게
됐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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