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물러나면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됩니다』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의 「천막농성」이 4일로 1년이 됐다. 민주화 운동중 숨진 자식들의 명예회복등을 위해 지난 86년 만들어진 유가협회원 20여명은 꼭 1년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유가협 회원 허영춘(許永春·60)씨는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자식들이 지금까지도 집회법, 시위법위반 등으로 범법자가 돼 있다』며 『이러한 것을 바로잡고 군에 강제입대, 의문사한 수많은 죽음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농성을 계속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대부분이 60,70대의 고령인 회원들은 그간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면서 불편한 생활을 해와 몸도 많이 상했다. 얻은 소득이라곤 관련특별법이 국회 행자위와 법사위에 계류돼있는 정도가 전부.
87년 6월 항쟁에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정석(李正錫·당시 부산동아대 4학년)군의 아버지 이태춘(李泰春·70)씨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는 상태』라며 『15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입법청원을 해야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겹게 하는 것은 자식들의 죽음으로 쟁취한 「민주화」의 혜택을 향유하고 있는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
유가협 회장을 맡고 있는 이한열(李韓烈)군의 어머니 배은심(裵恩深·60)씨는 『왜 나이들어 고생을 사서하시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한열이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게만 느껴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왜 사람들이 그날의 일을 그렇게 쉽게 잊어버리는 지 모르겠어요』라고 탄식하는 배씨는 「아들을 두번 죽이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현경기자 moo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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