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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풍자하더라도 나만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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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풍자하더라도 나만은 안돼"

입력
1999.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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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앞으로 다가오는데 인기가 차츰 내려가고 있는 J의원. 사자 우리 속에 들어가 쇼를 벌여 인기를 회복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방송국 카메라맨과 기자들을 불러 놓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예상대로 기자들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J의원의 맹랑한 쇼를 지켜보고 있었다.예정 시간이 되자 그는 이를 악물고 우리 속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사자가 다가왔다. 그러나 사자는 J의원의 몸에 코를 대 냄새를 맡아보고는, 그 자리에 벌렁 누우며 중얼거렸다. 『어이구, 지겨워! 또 상한 고기야』

지금 내가 연출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이다. 모처럼 텔레비전에서 정치와 사회 풍자를 시도하고 있다. 10월 28일 방송에서 가요 패러디를 하는 코너가 있었다. 「이근안의 도주송-못찾겠다 꾀꼬리」다. 이근안의 11년 도주 생활을 풍자한 것. 『엄마야, 나는 왜 아무도 못찾지. 경찰아 나를 아무도 못찾는거지…못찾겠지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변신의 천재 나는야 고문의 귀재』 뮤직 비디오까지 만들었다. 방송 당일 오후 10시나 돼서 겨우 편집이 끝나 주조정실에 넘기고 사무실에 올라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이근안이 자수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당황의 순간. 1시간 후면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하며 방송이 나갈텐데. 하는 수 없어 주조정실에 남아서 방송이 나가는 오후 11시 30분쯤 「이근안 오늘 자수」라는 자막을 넣었다.

여의도는 정치 1번지답게 뉴스가 쏟아진다. 그러나 풍자가 살기에는 미흡한 여건이 아직 많다. 국민들은 코미디에 대한 선입관이나 편견을 바꾸지 않고 있다. 힘 가진 자는 힘으로, 힘없는 자는 떼를 써서라도 코미디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남을 풍자하는 것은 웃으며 보는데 정작 자신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눈에 불을 켜고 핏대를 올리며 항의한다. 세상이 너무 여유가 없어서일까? 그저 허허하며 웃어 넘기면 좋을텐데 말이다. 『그 놈들 우리 갖고 농담하네… 허허 내 얘기지만 웃겼어』 그런 날이 언제나 올까? 풍자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사회를 기대해 본다.

/KBS 김웅래 PD·2TV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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