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발레를 보는 것일까. 화려한 치장에 동화되어 열정적인 춤의 세계에 빠져드는 중독성 때문은 아닐까.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10월 26-31일 국립극장)는 화려함과 열정으로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이유는 물론 불꽃 튀는 스타들의 경쟁 때문이었다.김주원과 이원국 커플을 보고 나면 김지영과 김용걸 커플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보물처럼 귀한 이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한 국립발레단은 복받은 단체다. 반면 두 쌍의 스타가 지닌 탁월한 기량 때문에 솔리스트나 군무진이 부각되지 않고 새로운 커플이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단원들 속에서 기량을 높이는 것으로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가장 향상된 기량을 보인 키트리 역의 김주원은 요염하고 발랄하면서도 품위를 갖춘 발레리나였다. 선천적인 라인의 아름다움은 다리를 굽혀 앞으로 들어올리는 아튀튜드 드방에서 시원한 느낌으로 설명됐다. 또한 키트리를 연기하는 데 필요한, 어깨에서 팔꿈치를 통해 손목에 이르는 각도를 특별히 조절하는 전문가다운 노력이 보여 믿음직했다. 특히 공중에서 나는듯이 도약하는 그랑즈테에서 가장 안정감있는 발래리나였고 마지막 푸에테 투르(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를 감듯이 돌리면서 회전하는 것)에서는 왼쪽으로 32회전을 하면서 4박에 한 번씩 두 바퀴를 섞어낸 한국 최초의 발레리나였다.
김지영도 32회전에서 김주원을 능가하는 탄성을 유도했다. 정확한 자세로 돌면서 두 바퀴 회전 때면 다리를 뒤로 굽히거나 팔의 위치를 바꾸는 등 최고의 테크니션이 아니면 보일 수 없는 기량을 미소와 함께 선사했다. 이 또한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화려한 푸에테 투르로 기록할만 했고 국립발레단의 명물로 알릴만한 묘기였다.
바질 역의 김용걸은 전성기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남성미를 대표하는 발레리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외모와 기교에서 빼어났다. 이제부터는 지독하게 섬세한 마쵸(남성미의 화신)를 기대해도 좋을 듯했다. 이원국이 연기한 바질은 능글맞은 구석이 있어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박력보다는 깔끔한 기교가 특징이었다.
/무용평론가 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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