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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막전 막후] 다채로운 연극적 전략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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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막전 막후] 다채로운 연극적 전략의 승리

입력
1999.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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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우림의 「천년보다 깊은」에는 연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각과 청각, 나아가 텅빈 공간감까지 서로 조응하는 1시간 30분이 있다. 최근 줄잇고 있는 역사극 중 하나라고만 치부할 수 없게 한다.개막전 울려 퍼지는 음악에서부터 연극은 이미 시작한다. 「청성곡」의 청아한 단소 소리와 「뱃놀이」를 록 리듬에 얹힌 연주곡이다. 장엄함(국악)과 박진감(록)이 포스트모던적으로 어우러져, 극장을 죄었다 푼다.

국보 29호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그 신비의 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종쟁이들의 이야기다. 산 어린이를 펄펄 끓는 쇳물에다 넣어야 진짜 소리를 얻는다는 늙은 종공(鐘工)과 식구와의 길항이 중심축에 있다. 무대는 산중 작업터. 『구리 50만근을 써, 고을 입구 남근석보다 못한 종을 만들었다』며 41년 경력의 종공 박부부는 장탄식. 아이를 넣어서라도 진짜 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에만 사로잡혀 있는 노인이다. 소리만 듣고서 해탈하게 하는 종을.

종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는 평생을 종에만 바쳐 온 박부부(전무송 분), 박종익(전국환 분)의 10분 설전에서 드러난다. 무대 전면 양끝에 널찍이 떨어져 마치 방백이라도 하듯, 정면만을 응시한 채 침을 튀긴다. 둘의 정수리로 꽂히는 핀조명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예술지상주의 대 휴머니즘을 효과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거대한 에밀레종 모형이 무대 전면에 둥실 나타나고, 때맞춰 드라이 아이스가 객석을 향해 낮게 깔려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변영국 작, 민복기 연출.

전무송은 『우리 정서를 시청각적으로 재현한 무대에 호평이 쏠린다』며 반응을 전하고, 특히 『인물들의 마음 속을 파고 들어간 역사극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호감이 간다』며 지금껏 출연해 온 사극들과 비교했다. 12월 5일까지 세실극장.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4시 7시30분, 월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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