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앵포르멜(Informel:非定形) 운동의 기수로 평생 추상화만을 추구해온 고(故) 하인두(1930-1989)씨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만 10년. 50년대 초기 작품에서 80년대 혼불 시리즈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 해보는 「하인두 10주기전」이 12-28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열린다. 「혼불시리즈」 20여점을 포함, 53년부터 89년까지 남긴 대표작 70여점을 보여준다.서울대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하씨는 57년 박서보, 김창렬씨와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창립하는 등 당시 기성화단의 낡은 질서에 도전해 「뜨거운 추상미술운동」에 앞장섰던 작가.
그가 87년초 직장암 선고를 받고 89년 죽음의 순간까지 투병하면서 마지막 혼신을 다해 작업했던 「혼불-빛의 회오리」 연작은 여전히 강렬하면서도 영롱한 색채를 내뿜고 있다.
죽음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그가 선택한 색채들은 분명 차가운 푸른 빛깔이 주조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간 생명의 마지막 진을 짜서 바른 듯 진하고 뜨겁다. 노랑, 주황, 빨강, 보라, 연두 등 밝은 원색들이 영혼의 마지막 부르짖음인듯 동적인 형상으로 눈부시게 회오리치고 있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 생명을 향한 간절한 욕망으로 자신의 내면 세계를 깊이 성찰한 자만이 표출할 수 있는 깊이와 맑음, 그리고 뜨거움의 화면이다.
마지막 개인전에서 그가 「번뇌의 얼음이 클수록 깨우침의 물도 많다는 이치를 이제야 알았다」고 토로했던 것처럼 죽음의 고통 속에서 삶의 욕망을 승화시킨 그림들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그의 30여년 작품 인생을 3시대로 나누어 80년대 혼불시리즈 외에 50년대 「뜨거운 추상운동」의 일선에 나섰던 시기의 수채화와 드로잉, 70년대 「묘환」 「밀문」 「만다라」 등 우리 것의 미학과 불교적 색채가 짙게 풍기는 대표작들도 선보인다.
한편 고인을 기려 미망인이자 화가인 류민자씨는 추모에세이 「회상_나의 스승 하인두」를 10일 출간한다. 제자 400명은 그의 그림을 차용한 대형 걸개 및 깃발 그림을 제작, 전시장 건물 외벽과 양평의 고인 묘소로 가는 길에 각각 전시할 예정이다. 개막식 겸 추모식 12일 오후 5시 가나아트센터.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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