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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성석재-사람냄새 물씬나는 '꾼'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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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성석재-사람냄새 물씬나는 '꾼'들 이야기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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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을 다 산 것처럼 폼만 잡는 한심한 소설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이건 소설가 성석제(39)씨의 말이 아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한 제비족 춤꾼, 「춤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한 사나이, 왕제비로 알려진 인생, 그러나 이제 원고지 앞에 돌아와 알몸으로 앉아있는 인간」의 넋두리다.

많은 소설독자들이 그 이름만 들어도 유쾌해할 작가 성씨가 네번째 창작집 「홀림」(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냈다. 그의 소설은 물론 세상 다 산 것처럼 폼만 잡지 않는다. 이번에 그는 「꾼」들의 인생을 다뤘다. 제비족 춤꾼이 등장하고, 노름꾼이 있고, 술꾼도 있다. 사람만이 「꾼」이 될 수 있다. 그가 이번에 쓴 것은 이런 꾼들의 세계를 통해 본 사람의 이야기, 인간학이다.

작품집에 실린 첫 소설 「꽃 피우는 시간 - 노름하는 인간」은 제목처럼 노름꾼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한 항구도시 K를 방문해 세계최고 도박사 「피스톨 송」의 강의를 듣는다. 피스톨 송이 말하는 노름의 철칙들 - 걸면 안되는 것을 걸지 말라, 기다려라 기다리고 기다려라, 목표를 정하되 과욕하지 마라, 노름은 자기 책임이다 등등의 구체적 내용이 소설의 줄거리다. 작가는 그의 입을 빌어 말한다. 『노름에도 도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드라마가 있다. 그게 현실적인 정치나 비즈니스의 그것보다 나을 수가 있다. 요즘 정치가들, 사업가들, 마피아들, 너무 놀줄 모른다. 먹을 줄만 알고 쌀 줄은 모른다』.

그의 풍자는 단편 「소설 쓰는 인간」에서 한 춤꾼의 인생유전을 통해 이어진다. 통신판매 대리점 총무라는 직업을 가졌던 평범한 젊은이가 친구를 통해 춤의 세계에 빠져든다. 춤의 세계는 「춤과 춤방, 남자, 여자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온갖 춤을 마스터하고 잘나가는 왕제비가 된 그였지만 결국 꽃뱀에게 당하고, 춤판이 인생의 축소판임을 알게 된 그는 「원고지 앞에 알몸으로 돌아와」 자전적 소설을 쓴다. 『이때까지 내가 최선을 다해 여자들을 상대해왔듯이 소설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련다』라고 다짐하면서.

성씨의 소설은 이처럼 허풍이 세다. 그러나 그의 허풍은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인간들과 세상을 더 잘 들여다보고 드러내려는 몸짓이다. 유머 넘치는 입담 속에 날카로운 풍자가 있고, 기발한 상황 속에는 세상살이의 교훈이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완고하고 엄숙하고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논리적이기도 했던 우리 문단의 한 귀퉁이를 완벽하게 허물만큼의 폭약을 장전하고 있다」(평론가 김만수)는 평을 듣는다. 이런 소설쓰기를 통해 성씨는 글을 읽는동안에나마 독자들을 「해방」시킨다. 연작 형태의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춤방도 가보고, 술도 죽지 않을만큼 마셔보고, 노름의 고수와 만나 고스톱도 쳐보았다는 그는 『꾼들의 세계에는 공통적으로 어떤 고급한 미학, 심미적(審美的)인 것이 있더라』고 말했다. 무슨 분야든지 대성(大成)과 소성(小成)의 차이는 거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색(色)의 세계는 미처 그리지 못했다. 나로서는 족탈불급(足脫不及)이더라』며 웃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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