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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풍경'99] 인터넷의 떼거리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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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풍경'99] 인터넷의 떼거리주의를 경계한다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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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울티마 온라인」이라는 인터넷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가상사회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게이머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캐릭터를 통해 세계의 네티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 한 게이머가 최근 들려준 이야기.

한국 게이머 A씨가 살해당해 유령이 되어 한국인 마을로 찾아왔다. 모여있던 한국 게이머들은 흥분했고 홍콩 게이머가 자신을 죽였다는 A씨의 말을 듣자마자 그 게이머를 수색해 집단폭행했다. 인해전술에 밀린 홍콩 게이머는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집단 혈투로 번진 싸움 끝에 밝혀진 진상은 사실과 달랐다. A씨가 한 초보 게이머를 이유도 없이 공격해 죽이려 했었고, 이를 목격한 홍콩 게이머가 A씨를 죽인 것이었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범죄자를 공격하는 것은 게임상에서는 당연한 처사.

사례2

최근 한 은행을 찾은 고객과 직원 사이에 말다툼이 생겼다. 손님은 직원의 불친절에 화가 났고 인터넷에 투고했다. 그러자 대다수 네티즌들이 사실 확인 없이 전적으로 고객을 두둔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이 커지자 결국 지점장은 사과했다. 네티즌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이 일을 지켜본 동료 직원의 말을 들어보자. 『불친절이 아니라 원래 안되는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한 고객이 인터넷에 알리겠다고 반협박한 것이지요』

사례3

얼마전 보도가 됐던 「세계 미인 인터넷 투표」. 미국의 한 대학생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지구촌 미인대회를 실시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의 네티즌이 한국 후보에 대거 투표, 탤런트 김희선이 8위를 달리다 한나절만에 2위로 올라갔다. 사이트 운영자가 이를 알아채고 김씨의 후보자격을 박탈했지만 한국 네티즌들은 다시 김씨를 올려놓고 대거 표를 던졌다. 결과 고소영이 한때 1위가 되는 등 15위 안에 한국 연예인들이 절반이 넘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끝내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국의 네티즌들이여, 제발 부탁이니 분탕질을 멈춰달라』

■네티즌의 파워

인터넷의 등장으로 네티즌들의 파워는 막강해졌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문제들도 발생했다. 해킹 등 신종범죄, 음란정보의 유통, 사생활침해 등의 문제로부터 정보소유구조의 격차 등 사이버공간의 부작용이 지적됐다.

그중에서 특히 이른바 「떼거리주의」라 부를 수 있는 네티즌들의 집단행동과 집단심리는 범죄는 아니지만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떼거리주의」는 대체로 집단이기주의나 배타주의, 맹목적 애국주의, 경쟁심 등에 의해 나타난다. 네티즌들이 그들의 파워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쉽지 않으므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또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례 2」에 등장한 동료 직원은 『마치 하나의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느껴지더군요. 네티즌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고 말했다.

■현실세계와 사이버 공간

네티즌이 가장 활발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영역이 바로 게시판. PC통신과 언론사 등의 게시판에는 연일 수많은 의견들이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고립된 한계를 뛰어 넘어 네티즌을 묶는 역할을 하는 게시판은 네티즌에게 있어서는 세상을 향한 중요한 창구다.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따뜻한 소식이 올라오는가 하면 부당한 대우에 맞서 사회적 약자에 힘을 모아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집단적 힘이 어떤 고의성에 의해 악용당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별 생각없이 동조함으로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이종(38·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네티즌이 현실사회와 사이버공간을 전혀 다른 세계로 느끼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현실에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사이버공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는 것이다.

서교수는 이를 『토론, 대화문화의 부재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이란 특성이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같은 인터넷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네티즌의 암묵적인 양식이나 매너에 관련된 문제이지 법적 시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의 집단폭력이나 명예훼손 등 일부 부작용보다 훨씬 더 크고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사이버공간이므로, 개개의 현상을 두고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부작용을 과대포장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 정보통신행정연구소의 황승흠 특별연구원은 『사이버 공간이 현실세계의 반영이라면 이곳의 부정적인 측면의 본질도 현실세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더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것으로 사이버 공간을 만드는 원동력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정보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현재의문제점들이 해결될 지도 모른다. 사이버 공간의 발전은 네티즌들이 얼마나 사이버공간의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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