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1일 오전9시, 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선 인천지역 82개 고등학교 교장단회의가 긴급소집됐다. 인현동 호프집에서 생때같은 55명 학생들의 목숨이 날아간 뒤끝이라 뭔가 그럴 듯한 내용이 등장하리란 것이 회의를 주시하던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속내였다.『유가족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한다』는 유병세(兪炳世)교육감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회의는 그러나 싱겁게도 30분만에 끝났다.
「매월 2차례씩 경찰, 구청과 유해업소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교외생활지도를 강화하자」 「학교장의 생활지도와 훈화교육을 강화하자」는 등의 판에 박힌 내용이 「학생생활지도 강화」라는 이름으로 일사천리로 합의됐다.
학생들이 왜 유흥업소를 출입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고민 따위는 불행히도 그 자리에 없었다.
사례2. 라이브Ⅱ호프가 영업폐쇄 명령을 받고도 버젓이 영업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관할 중구청은 『분명히 단속을 나가 영업행위 여부를 감시했다』고 말했다.
중구청의 얘기는 이렇다. 22일 영업폐쇄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며칠간의 여유를 둔 27일, 직접 현장에 나가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파악했다는 얘기다. 그 말에는 『업주가 지능적으로 단속손길을 피해가면서 영업을 하는데 막아낼 방법이 있느냐』는 나름의 항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27일 이뤄졌다는 단속행위의 이면을 알고나면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다. 중구청 직원이 라이브Ⅱ호프의 영업행위 단속을 위해 현장에 간 시간은 오후4시. 호프집이 영업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었고 그 직원은 당연히 「내부수리중」이란 푯말이 내걸린채 문이 굳게 잠긴 가게를 둘러보고서 「영업안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녁에 유해업소 합동단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강변은 더욱 걸작이다.
이날 숨진 인천여상 학생들의 추모식에서 동료 학생들은 『우리 친구들은 절대 「날라리」가 아니었다』며 『학생을 이해못하는 학교, 무책임한 어른들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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