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로화 동맹 11개국의 물가상승률 격차가 이미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정한 상한선을 초과했고 유로(EURO)권의 통화증가율도 ECB의 적정선을 넘어섰기때문이다.빔 다이젠베르흐 ECB 총재도 지난달 31일 독일에서 발행되는 잡지 한델스 블라트와 가진 회견에서 『4일 열리는 ECB 집행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의 출범 이후 첫 금리인상 결정을 강력히 시사하는 말이다.
ECB의 금리인상폭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0.5%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4일 열리는 집행이사회에서 한꺼번에 0.5% 포인트를 인상할지, 또는 2차례에 걸쳐 0.25% 포인트씩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현재 2.5%인 ECB의 기준금리(재조달금리)는 연말까지 3.0%로 오를 것이라는 말이다.
ECB의 금리인상이 이처럼 확실시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로권의 통화팽창이 예사롭지않기때문. ECB가 통화금융정책의 잣대로 삼는 유로권의 통화(M3)증가율은 9월중 6.1%를 기록, ECB의 적정통화증가율(reference value) 4.5%를 훨씬 넘어섰다.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 일부 유로권 국가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도 금리인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97년 이뤄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는 유로권 11개국가운데 어떤 나라도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은 3개국 평균에 1.5% 포인트를 더한 물가상승률을 넘어서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9월중 물가상승률(연율)은 각각 2.6%와 2.5%로 이 기준을 넘어섰다.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은 오스트리아(0.6%)와 프랑스(0.6%), 독일(0.8%)의 평균 물가상승률에 1.5%포인트를 더한 마스트리히트 상한선은 2.2%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이젠베르흐 총재가 7월이후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 경고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금리인상 결정에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힌데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명분」보다는 고용둔화와 성장률 저하 등 금리인상으로 잃게 될 「실리」가 더 크고 ECB의 입장에서는 이를 설득해줄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ECB의 통화증가율은 7월부터 4.5%를 넘어섰지만 5%대에 그쳤고 유로권내 인플레이션 격차도 올 상반기까지는 「마스트리히트 상한선」을 넘지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고 ECB는 금리인상에 필요한 두 가지 이유를 모두 갖췄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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