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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참사] 불길 순식간에 덮쳐 '불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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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참사] 불길 순식간에 덮쳐 '불지옥'

입력
1999.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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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라이브Ⅱ호프집은 토요일을 맞아 발디딜 틈없이 비좁았다. 취기가 오른 중고생 120여명의 왁자지끌한 웃음소리와 뿌연 담배연기가 60여평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고 입구 계단쪽에는 자리를 잡지 못한 1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벽 한켠에 걸린 시계가 오후 6시55분을 가리킨 순간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났다. 공사가 한창이던 지하 1층 히트노래방에서 전기스파크에 발화돼 시너로 옮겨붙은 화마가 출입구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불기둥과 연기는 1,2층 사이 목조계단과 외벽을 태우며 맹렬한 기세로 호프집 출입구를 덮쳤다.하지만 화마가 토해내는 무서운 소리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묻혀 처음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입구에서 서성이던 10여명의 학생들이 불길에 놀라 정신없이 3층 당구장으로 뛰어오르고서야 2층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100여명의 학생들은 화재가 났음을 알아챘다.

『악마의 혀같은 불길이 들이닥치고 검은 연기가 입구쪽에서 밀려들어왔다. 화들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온천지가 암흑으로 변했다』 친구 8명과 함께 생일잔치를 하러 호프집을 찾았다 연기에 질식돼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진 인천 K공고 이모(16)군은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 쳤다.

입구쪽에서 불기운이 밀려들자 『대피, 대피』,『문 잠가』하는 소리가 비명과 함께 뒤섞였다. 『매케한 연기가 열기와 함께 밀려들면서 술집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박모(17·K고)군은 아수라장의 와중에 학생들이 본능적으로 출입구쪽으로 달려갔지만 『출입구가 닫혔다』는 소리에 이번엔 반대편 주방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는 울부짖음이 귀청을 찢었고 연기에 질식한 학생들이 「퍽퍽」 소리를 내며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나뒹굴었다. 『발길에 탁자와 의자가 걸리고 사람이 밟히는 촉감이 느껴졌지만 무조건 창문쪽으로 뛰었다. 몇명의 학생들이 통유리를 깨기위해 의자를 집어던졌지만 제대로 깨지지 않은채 그 학생들마저 쓰러졌다』(이모군·17·K고)

검은 연기를 앞세운 사신이 꼼짝없이 갇혀 버린 학생들의 숨을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기위해 얼굴을 티셔츠로 뒤집어쓰고 엎드려도 봤지만 헛수고였다. 더욱이 열기를 받은 플라스틱 장식물들이 녹아내리면서 쓰러진 학생들의 등과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10분만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100여명이 가로 10㎙ 세로3㎙, 10㎜두께의 통유리를 깨고 학생들을 구조하기 시작한 것이 오후 7시15분께. 완전진화 시간 오후7시32분. 불길은 35분만에 잡혔지만 54명은 이미 세상을 뜬 뒤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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