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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참사] '또 인재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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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참사] '또 인재공화국…'

입력
1999.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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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 화재사고 이후 불과 넉달만에 다시 발생한 인천 인현동 상가 화재참사는 비상구나 변변한 방화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당국의 방관속에 불법영업을 하다 일어난 전형적인 「원시적 인재(人災)」로 드러났다.4층짜리 상가건물에는 별도의 비상구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나 확산방지기 등 방재시설도 작동하지 않아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게다가 인명피해가 집중된 호프집은 올 6월 소방점검에 합격했고 청소년들을 상대로 버젓이 무허가영업까지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씨랜드 사고이후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당국이 또한번 국민을 배신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탈출구는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상가건물은 연건평이 260평에 달하고 하루에도 수백명 이상 드나들지만 출입구는 폭1.2㎙짜리 좁은 계단이 유일했다. 출입계단이 화염과 유독가스로 가득찬 상태에서 탈출구를 찾지못한 청소년들은 문앞에서 우왕좌왕하다 가스에 질식돼 변을 당했다.

중화상을 입고 입원치료중인 김모(17)군은 『비상구가 없고 창문도 대형유리로 완전 밀폐돼 있어 순식간에 연기와 불길속에 갇혀 버렸다』며 『내부공간도 의자와 탁자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수십명이 한꺼번에 뒤엉켰다』고 진술했다.

◆배짱좋은 불법영업과 나몰라라 당국

피해가 집중된 호프집은 불과 10일전인 22일 영업소 폐쇄명령을 받고도 청소년들을 상대로 배짱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50여평 공간에 이날만 중학생을 포함, 120여명이 몰릴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경찰이나 구청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건물부근 골목에 파출소가 2개나 있고 평소 청소년들의 출입이 빈번했지만 경찰은 매달 서너차례 형식적인 단속시늉만 낼 뿐이었다』며 당국의 무책임을 비난했다.

◆허술한 소방점검과 건축법규

화재가 난 인현동 상가는 지은 지 15년이나 된 노후건물로 방화시설이 미비하고 전기선도 난마처럼 얽혀 있는 등 화재위험이 상존했음에도 불구, 올 6월 정기소방점검에서 「이상없음」 판정을 받았다. 중부소방서측은 1년에 한번씩 소방점검을 통해 방재시설을 검사했다고 밝혔지만 인근 상인들은 『건물이 노후되고 인화성 물질과 복잡한 배선으로 평소에도 화재위험이 우려됐다』며 『일어날 사고가 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4층이하 소규모 건물에 대해서는 비상계단 설치의무를 두지 않은 현행 건축법의 허점도 참사를 부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방재설비 전무 실정

스프링클러 시설은 애초부터 없었고 불이 났을 당시 화재경보기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마모(24)씨 등 지하노래방 공사인부들은 화재 전날인 29일 오전 『공사에 방해가 된다』며 소화분말액을 자동분사하는 천장의 확산소화기 15대를 모두 제거, 초기진화가 불가능했다.

이들은 또 시너와 페인트 등 발화물질로 내부공사를 하면서도 소화기 등 방재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아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피해자 인모(16)군은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아 불이 계단을 타고 2층 입구로 올라왔을 때까지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과다한 인화성 장식물

무분별한 인화성 장식물 사용도 참사의 원인이었다. 인화물질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로 인해 불과 23분만에 54명이 질색돼 숨졌다. 노래방과 호프집의 내장재와 집기, 계단장식물 등이 대부분 인화성이 강한 우레탄 등 합성수지 재질이었지만 소방당국은 아무런 제재나 시정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이번 사고 희생자의 어머니 김모(52)씨는 『청소년들이 무허가업소에 드나드는 것을 보고도 경찰과 구청당국은 무엇을 했으며 소방점검에서는 뭘 체크한 것이냐』며 울분을 떠뜨렸다. 유족들은 『씨랜드사고 넉달만에 또다시 수십명의 꽃다운 생명이 업주와 당국의 무책임한 방재관리로 어처구니없이 희생됐다』며 『이번에야말로 사고진상과 책임소재를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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