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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참사] '생일파티가 저승길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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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호프집 화재참사] '생일파티가 저승길이 될 줄이야'

입력
1999.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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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마저 나가 눈에는 칠흙같은 어둠만이, 코와 입으로는 유독가스가, 귓가에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비명과 『문이 잠겼다』는 다급한 외침만이 들려오는 아수라장이었다. 생일파티가 다시 못오는 길이 될 줄이야….30일 오후 인천 중구 인현동 상가화재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층 라이브2 호프. 사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지만 31일 오후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인천여상 학생 9명중 6명이 같은 3학년 2반의 단짝친구들이라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광성고에서는 오상윤(吳相潤·17)군 등 4명이 사망하고 박모(17)군 등 4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 두학교 학생들은 공교롭게도 각기 친구의 생일파티를 벌이던 중 변을 당했다.

노이화(盧利花·18)양 등 인천여상 3학년 학생 10명은 이날 노양과 황미선(18)양의 생일파티를 열기위해 이곳을 찾았다. 특히 노양과 황양등이 얼마전 유수의 회사에 합격을 한터라 축하파티를 겸한 자리였다. 바로 옆테이블에서는 또 다른 그룹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국민학교 동창회를 겸한 김주현(17·광성고1년)군의 생일파티에는 10여명의 학생이 모여있었다.

가서는 안되는 미성년자 금단지역이었지만 이들에겐 10대 특유의 호기심과 치기가 있었고, 무엇보다 이날은 둘도 없는 친구들의 생일이었기에 모두들 『오늘 하루쯤은…』하는 생각에 즐겁게 맥주를 들이켰다. 하지만 이 순진한 호기심에 이끌린 발길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향할 줄 아무도 몰랐다.

5시부터 시작된 파티가 두시간쯤 흘렀을까. 주말 대목을 맞아 종업원들은 이들에게 슬슬 자리를 비워달라는 눈치를 주기 시작했고 광성고 그룹중 3~4명이 이들의 등쌀에 밀려 호프집을 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간 최모(17·광성고1년)군은 순간 등쪽에서 화끈한 열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시뻘건 불길과 동시에 시꺼먼 유독가스가 호프집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최군은 순간적으로 핸드폰으로 오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얘기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여간 무조건 「뛰어나오라」고 외쳐댄 기억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미 호프집은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못 나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여…』 오군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오군은 유독가스에 질식된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나머지 친구들은 중화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옆테이블에 있던 인천여상 10명의 학생은 한명도 현장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노양의 아버지 노태균(盧泰均·54)씨는 『29일 회사 합격을 기뻐하는 모습에 이젠 어엿한 숙녀가 된 것 같아 한없이 대견스러웠는데…』라며 굵은 눈물을 떨구었다. 숨진 오군의 아버지 오덕수(吳德秀·44)씨도 『상윤이가 어릴적부터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더니 결국 친구 생일파티에서 세상을 떠나버렸다』며 오군의 영정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배성민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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