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고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입니다』30일 아침 한국일보 사회면 하단에는 5단 광고로 아버지를 잃은 어느 이벤트사 사장의 애끓는 사연이 실려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광고를 낸 주인공은 결혼이벤트업체 ㈜선우의 대표인 이웅진(李雄鎭·34)씨.
이씨의 아버지 이기선(李基璇·67)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14일 오전, 고향인 전북 고창 성송우체국 앞이었다. 샛길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트럭운전사를 피하려던 여성 초보운전자가 당황한 나머지 중앙선을 넘어 우체국 앞 인도에 서 있던 이씨의 아버지를 덮친 것. 창졸 간에 아버지를 잃고 나서야 이씨는 교통사고가 남의 일이 아님을 실감했다.
『가족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교통 사고의 아픔은 아무도 모릅니다』 3남1녀 중에 막내로 자랐고 9년전 소 20마리를 팔아 자신의 사업자금을 마련해준 이씨에게 그래서 사부(思夫)의 정은 각별하기만 하다.
이씨는 아버지의 사고 이후로 낙후된 지방의 교통안전 시설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씨가 지방에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합리적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 아버지의 사고 이후 같은 도로에서 몇 차레 나 더 사고가 났었지만, 대다수가 노인인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사고가 난 곳에서 「고사(告祀)를 지내자」는 것이었다.
신문에 사연이 나간 후 이씨의 사무실로는 하루 80여통이 넘는 팩스와 통신이 쇄도하고 있다. 주로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격려들인데 이씨는 이번에야 교통사고로 고통받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실감했다고 한다. 이씨는 곧 이들을 모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감시기구를 만들어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마련할 생각이고 수기를 모아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별한 노인들을 위한 무료 효도미팅의 활성화가 꿈이었는데 이젠 인생 목표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고 덧붙이는 이씨의 목소리는 유난히 단호했다,
/이왕구기자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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