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여권의 역학구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참모 운용 방식을 잘못 알고 있는 탓인지 여권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이 볼 때에는 너무나 현실성이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언론대책」문건 파문이 터진 뒤 여권 핵심 실세들이 비공개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첫째 사안이 이강래(李康來) 전청와대 정무수석의 위상과 역할. 한나라당은 정형근의원의 문건 폭로후 『이전수석이 여의도 모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비밀공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전수석을 「대단한 인물」로 평가했다.
그러나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전수석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는 청와대에서 나온 뒤 권력 핵심과 철저히 단절된 상태에 있었다』고 말한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전수석이 서울 구로 을 보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정부직 개편때마다 관심을 받았지만 배려를 받지 못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알듯 모를듯한 얘기를 했다. 동교동계에선 『이전수석은 동교동계에 뿌리가 깊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나라당이 『거의 매주에 한 번꼴로 대통령을 독대하고 있다』며 이번 문건의 작성팀장으로 지목한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에 대한 여권 실세들의 평가도 야당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부총재의 능력을 대통령이 인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원에서 나온 뒤 대통령을 수시로 만나고 있지는 않다』면서 차세대 주자인 이부총재의 활동 영역이 권력역학상 그렇게 넓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권은 또 『야당 스스로 김대통령의 「1인 중심」 의사결정구조를 비판하면서 이번에는 일개 기자의 보고서에 의해 정권의 언론정책이 결정됐다고 우기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이같은 여권의 설명은 어찌보면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전수석 관련 부분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권내에선 「공지의 사실」이었던 측면도 있어 결국 여야간 정보교류의 차단이 이번 파문의 근본 원인중 하나라는 해석 마저 가능하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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