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A(7)군. 수업시간이면 책상에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손발을 꼼지락거리기 일쑤다. 수업 도중 옆사람과 자주 이야기를 해 선생님에게서 지적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선생님이 금방 지시한 내용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알림장을 써오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 A군처럼 지나치게 산만한 어린이를 둔 가정에선 자녀가 혹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약칭 「주의력장애」)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주의력장애란
집중력이 떨어져 주의 집중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충동적이고 과잉행동을 보이는 장애. 보통 3-4세께 발병하지만, 좀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판정을 유보한다. 주로 초등학교 남자 어린이에게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아직 정확한 국내 통계는 없으나 소아정신과 내원환자의 30-50%가 주의력장애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전체 초등학생의 3-5%, 많게는 20%까지 주의력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런 어린이들의 75% 이상이 공격적, 반항적 행동을 나타낸다. 그대로 방치하면 청소년기에 문제아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주의력장애 어린이는 유아기부터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잠을 잘 안자고 심하게 우는 경향이 있다. 소음이나 빛 등 환경변화에도 민감하다.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증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언어장애, 읽기장애, 산술장애, 표현성 쓰기장애, 운동조절장애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지적을 받거나 야단맞는 일이 잦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집중력이 떨어져 숙제를 하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사소한 자극에도 곧 산만해진다.
부모가 대놓고 이야기해도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고 사소한 실수도 흔하다. 부모의 질책을 자주 받아 부모 자식간의 관계도 악화한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에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원인은 무엇일까
뇌의 전두엽 부분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력장애 어린이의 뇌를 정밀촬영해 보면 전두엽에서 혈류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전두엽의 억제기능이 적절히 수행되지 않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뇌 신경전달물질의 결핍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밖에 출생 전이나 출산 당시의 미세한 뇌손상, 출생 후 중요한 시기의 고열이나 감염, 외상으로 인한 뇌손상, 임신 중 약물노출로 인한 뇌손상 등도 원인이다.
■진단과 치료
정신과 전문의가 출생 때부터의 발달과정을 검사하고 뇌파, 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심리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일단 주의력장애 어린이로 진단되면 부모상담, 교사 조언, 아동에 대한 약물·학습·놀이치료, 집에서의 행동치료 등을 실시한다.
■경과 및 예후
주의력장애 어린이의 30-80%는 청소년이나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과잉운동은 쉽게 없어지지만, 주의력 감퇴와 충동조절 문제는 오랫동안 남는다. 25-40%는 어른이 돼도 사회적 문제행동,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를 보일 수 있다. 지능지수(IQ)가 낮거나 교우관계가 좋지 않을 때, 어른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엔 특히 예후(豫後)가 좋지 않다.
/장순아·영동세브란스병원 집중력클리닉
■자동진단 SW개발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홍강의·신민섭교수와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교수팀은 최근 병원은 물론 학교에서도 어린이들의 주의력장애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주의력장애 자동진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ADS)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CD롬으로 제작돼 개인용 PC로도 검사가 가능하며, 시각적 주의력과 청각적 주의력을 평가하는 두가지 유형의 검사로 구성돼 있다.
ADS는 주의력장애의 지표가 되는 4가지 변수를 점수로 환산, 하나라도 70점 이상이 나오면 주의력장애 여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홍교수는 『5-15세 소아, 청소년의 주의력장애 여부를 30분이면 진단할 수 있다』며 『다음달부터 병원에서 사용하는 임상버전을, 내년 초엔 초·중학교나 유치원 교사들이 주의력장애 어린이를 가려내는데 사용할 수 있는 학교버전을 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50만원이며, 병원 검사료는 1회 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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