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은 외국인들에게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우리 문화상품이 무예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서양 문화에는 없는 기(氣), 선(禪)같은 신비함을 간직한 한국무예가 외국 땅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원화도(圓和道)가 바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알려진 한국무예.원화도는 미국 일본 등 세계 40개국에 퍼져 있고 특히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델란드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 독일 라이프찌히에 유럽 본부를 별도로 두고있다. 미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뉴저지주 브리지포트대학에서는 원화도를 교양 과목으로 정식 채택하고 있다. 지난 9월 경남 마산에서 지난해에 이어 각국의 원화도 수련생과 사범들이 모인 가운데 「제2회 원화도 세계 대회」를 성대하게 치르었다.
원화도는 무예 원리를 원(圓)이라는 단일 체계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양인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여러 도형중에서 둥근 원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 아이가 태내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 혹은 우주의 생김새와 닮아있는 원은 만물의 생성이자 최종적인 완성으로 해석된다.
원의 원리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기본 동작인 「비손」. 「절대자에게 비는 손」의 줄임말이다. 두 손을 펴서 간격을 몸통 넓이로 벌리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는 자세인데, 이는 인간이 소망을 기원하거나 한계상황에 부닥쳤을 때 두 손으로 기도하는 행위를 본 뜬 것이다.
원화도는 비손 동작의 회전 속도, 방향, 휘두르는 원의 크기를 변형해 다스리기, 다스려 치기, 정면·회전 공방을 비롯한 여러 동작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동작들을 반복하게되면 무예 연마는 물론이고 기(氣)를 흡입하게 돼 심신의 활력을 얻게 된다는 설명. 원화도 수련 4년째인 류주완(25·건국대 중문4)씨는 『꾸준히 연마하다보니 온 몸에 활력이 넘치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또한 이 동작들은 겉보기에는 부드럽지만 실전에서는 파괴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원화도는 해외로 뻗어가는 과정에서 모 종교 단체의 도움을 받았고 산하 단체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원화도 창시자인 한봉기(55·세계원화도협회장)씨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진 것이 잘못 알려졌으며 원화도는 어느 곳에도 소속돼있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무예 단체』라고 반박했다. 한씨는 72년 서울 화양동에서 처음 도장을 열었으며 현재 서울, 수원, 구리 등 국내 10여곳에 수련관을 두고 있다. (0552)587-9712.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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