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문제이니 관계국장이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장 아무개입니다. 질의하신 내용은…』29일 개회한 일본 임시국회의 각 상임위에서는 더이상 이런 낯익은 장면을 볼 수 없게 됐다. 국장급 관료가 국회 답변에 나서는 「정부위원제」가 폐지됐기때문이다. 대신 그동안 장식품에 지나지않았던 정무차관이 장관과 함께 국회답변에 나서게 됐다.
이런 변화에 대한 관료의 불만이 우선 흥미롭다. 그동안 『국회에 불려다니느라 일이 안된다』고 했던 볼멘 소리는 간 곳이 없고 『도대체 어디까지 밀려야하느냐』는 한숨만 무성하다. 세상의 많은 일이 그러하듯 귀찮은 의무로만 여겼던 국회 답변이 뒤집어보면 권리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치인과 관료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정부위원제 폐지의 핵심은 아니다. 관료가 가운데 나서 여당의 「방패막이」를 했던 것과 달리 질의·응답이 모두 정치인의 몫이 됨으로써 여야 논쟁이 제대로 불붙게 됐다.
일본 국회의 이런 변화는 「국회의 꽃」인 중의원 예산위원회의 좌석 배치를 바꾼 것에서도 확인된다. 여야 위원의 자리와 장관·관료석이 마주보고 있던 것이 여당 위원과 정부측이 야당 위원을 마주보고 앉는 형태로 바뀌었다. 정부·여당을 가를 수 없는 의원내각제의 특성을 비로소 살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예산위원회에서는 여야 당수가 맨앞에 나서 한바탕 대표 논쟁을 벌이고 이어 정부·여당과 야당이 사안별 논쟁을 벌이게 된다. 연립여당은 『자자공(自自公)연정에는 논객이 줄을 서 있다』고 자신이 만만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도 『논쟁을 통해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가져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임위원회에 이미 일문일답이 정착해있다는 점에서 여야간의 직접 논쟁은 쉽사리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NHK가 국회의 주요 회의를 생중계해왔기 때문에 국민의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나중에야 어찌되든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폭로만 무성할 뿐 제대로 된 논쟁이 설 자리가 없는 우리 국회의 모습이 유난히 두드러져보일 것같다.
/황영식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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