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없는 성장」을 하고 있음이 또한번 확인됐다. 28일 발표된 미국의 올해 3·4분기 경제성장율은 당초 예상보다 0.5% 포인트 높은 4.8%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중 임금인상율은 거꾸로 2.4분기보다 0.3% 포인트 낮은 0.8%에 그쳤다.이같은 경제통계의 발표에 힘입어 이날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존스 지수는 오랜만에 급등세를 나타내 전날보다 227.64 포인트 상승한 10,622.53에 마감됐다. 특히 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3.5%나 급등, 최근 1년사이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조짐과 주식시장 과열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왔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날은 장기호황을 뒷받침하는 생산성 증가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저녁 기업인 모임 연설에서 『현재의 경제호황은 인터넷과 같은 분야의 기술적 진보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는 생산성 증가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특히 이같은 기술적 진보로 경제 전반에 「선순환(virtuous cycle)」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인의 정보획득과 의사결정이 빨라지면서 재고비용과 여유노동력이 줄어들고 이는 이익증가로 이어져 투자확대와 생산성 증가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린스펀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16일 열리는 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FRB는 우선 현재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수입확대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입확대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폭의 급증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지속되는한 외국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상쇄될 수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기때문이다.
FRB는 미국 경제가 과도한 확장 또는 위축 국면에 있을때 통상 단기간에 3차례의 금리조정을 통해 국면을 전환해왔다. 지난해 여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헤지펀드 위기로 세계 경제의 침체조짐이 나타나자 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3차례 연속 인하했고 올해는 경기확장이 과열조짐을 보이자 6월과 8월 잇달아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2차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지칠줄 모르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고 그래서 FRB는 11월과 12월의 FOMC 회의에서 금리변동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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