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에 즈음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역사적인 중동순방이 얼키고 설킨 현지 사정으로 꼬이고 있다.첫번째 교착지는 예수의 고향인 이스라엘의 나사렛이다. 예수의 성장지로 유명한 이 곳에서는 현재 기독교와 회교 양측이 성전(聖殿) 건립을 둘러싸고 한 치의 물러섬없이 대립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성모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의 잉태를 계시받는 곳으로 알려진 성수태 교회 바로 옆 부지에 회교도 땅주인이 모스크(사원)를 짓겠다며 시작됐다.
기독교측은 당초 밀레니엄 순례자들을 위해 이 곳에 광장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거주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회교도들은 이 땅이 술탄 살라딘의 조카 무덤이 있는 성지로서 모스크를 건립해야 한다며 농성으로 맞서며 충돌했다. 최근에는 기독교계인 시장이 피습될 정도로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교황청까지 모스크 설립 불가론으로 개입하고 나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교황청은 모스크 설립을 도발로 규정, 교황의 나사렛 방문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으름장을 놨고 회교측에서는 『교황은 교황 일에만 신경 쓰라』고 반발했다.
한편 중동 특별 순례의 하나로 예정됐던 교황의 이라크 엘 무카이자(아브라함의 출생지·성서상의 우르) 방문 계획은 아예 연기됐다.
바티칸의 피데스 통신은 27일 이라크의 칼데아 교구 대주교의 말을 인용, 교황의 이라크 방문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에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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