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 대통령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놓고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과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27일 첫 TV 토론을 가졌다. 이날 오후 8시 뉴햄프셔주 하노버의 다트머스대학에서 CNN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있은 2000년 대선의 첫 토론은 브래들리의 승리로 끝났다.1시간동안 진행된 TV 토론은 참석자들의 질의에 두 후보가 차례로 응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의 주요 관심사는 역시 르윈스키 스캔들과 상원의원 중도사퇴 문제 등 두 후보의 아킬레스건이었으며 동성애, 정치자금법 개정 및 의료보험 등도 다루어졌다. 상대방에 대한 즉각적인 반론권을 인정하지않은 이날 토론의 진행방식때문에 이들은 상대방을 향한 설전을 벌이지는 않았다.그러나 CNN이 시청자를 상대로 인터넷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발제, 호감도, 대통령감으로서의 이미지, 리더십 등 8개 부문 모두에서 브래들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같은 당에 속해있어서인지 두 후보는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총론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각론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먼저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해 고어는 『나는 르윈스키 스캔들을 일으킨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잘 알고 있다. 나도 동감이다』고 여론의 편에 섰다. 또 『나는 헌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선서했다. 그 선서는 임기동안 지속적이고도 정중하게 준수해야한다』며 우회적으로 클린턴과의 차별성을 드러냈다.
97년에 상원의원직을 중도 사직한 것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는 브래들리는 『나는 워싱턴 정가를 떠나 자신의 삶과 이 나라를 제대로 보고자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다』고 변명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문제가 거론됐을때 고어가 『당선될 경우 법을 개정해 돈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브래들리는 『현행법의 폐악때문에 의원직을 그만두었으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악법을 고쳐나가겠다』고 역공을 폈다.
이들은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드러냈다. 브래들리가 『64년에 제정된 시민권법에 따라 차별받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보호해야한다』며 동성애자도 군대에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데 비해 고어는 『동성애자도 인간의 존엄성 테두리에서 재인식돼야하는 시대가 됐다』며 직설적인 답변을 피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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