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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자수] 김근태부총재 "사실 이야기하고 용서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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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자수] 김근태부총재 "사실 이야기하고 용서구하라"

입력
199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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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씨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그의 고문 피해자였던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사진)부총재였다.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업무를 마치고 오후 9시쯤 귀가하던 중 이씨의 자수 소식을 듣고 『군사독재 시절 행해졌던 고문 등 비인간적인 행위들로 인한 국민들의 상처를 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김부총재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85년 9월 민추위사건 배후조종혐의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이씨에게 20여일간 10여차례의 혹독한 고문을 받은 뒤 86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잔혹한 고문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소감은.

『나 개인에게는 14년전 일이고 이씨의 도피생활이 시작된지 11년이 흘렀다. 그도 도피하다 자수를 결심하기까지 어려움과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이근안사건은 나 개인의 사건이 아니다. 군사독재 아래 많은 사람이 비인간적 고문을 받았고 국민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21세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씨의 자수는 과거를 정리하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씨에 대한 기억은.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좀 남아있다. 공포심이나 미움같은 것은 세월과 함게 사라졌다』

_85년 당시 어떤 고문을 당했는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그건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_이씨를 개인적으로 용서했는가.

『이 전경감은 군사독재가 폭력과 공포를 통해 국민을 억누른 「아픔의 시대」의 가해자이고 하수인이다. 그도 구조적 악의 결과적인 피해자 중 한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씨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면 손을 맞잡을 용의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_이씨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앞으로 사법적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국민에게 사실을 이야기 하고 용서를 구한 뒤 잘 극복하기 바란다』

_이씨 검거의 시대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군사독재 시대의 남은 유물이 몇가지 있었다. 이씨와 고문도 그중 하나였다. 이씨의 검거로 사실규명과 화해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문은 사람을 모두 비인간적으로 만든다. 서로 미워하고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고문이 발을 못붙이게 해야 한다』

이태희기자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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