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5월 전북대에서 3만여명 학생이 모여 전북지사의 축하를 받으며 한총련 출범식을 치렀으나 98년에는 3,000여명이 공권력을 피해 기습적으로 서울대에서 출범식을 약식으로 치렀다. 한총련 출범식에 참가한 숫자가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은 현재 학생운동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한때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집단으로 군부, 여당에 이어 3위에 오른 학생운동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96년 연세대 사태부터 비롯된 학생운동의 추락은 달라진 현실에 과거의 환상에 젖어 변화를 거부하는 낡은 사고의 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둔감해 비극적인 결말로 끝맺게 된 일본 적군파의 경우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독재정권과 싸우는 과정에서 독재정권의 습성을 그대로 배워버렸다는 지적처럼 현재 학생운동 진영은 심각한 자기모순을 안고 있으며, 혹독한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의 첫 출발은 이념에서의 교조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지난 96년 통일운동 과정에서 이창복 전국연합의장을 비롯, 재야인사들의 주장에 서슴없이 개량주의자라는 칼날을 들이대고, 연세대 사태 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야원로들의 중재노력을 헛되이 한 것은 모두 나만이 옳다는 이념의 교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정권타도 투쟁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은 정권을 폭력적으로 뒤엎겠다는 발상을 더이상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고 있다.
셋째, 좌경적이고 폭력적인 투쟁의 남발을 지양해야 한다. 과거 군부독재에 맞섰던 학생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당시 주장했던 독재타도, 민주쟁취라는 주장이 국민 정서를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력적 투쟁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혐오감과 피해를 준다. 민중에게 피해를 주면서 민중을 위한다고 외치는 것은 기만일 수 있다.
넷째, 국민의 상식에 부응해야 한다. 한총련은 대중단체를 표방하지만 실상 지하 정치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 과감하게 한총련 간부와 활동을 공개해 학생들에게 한총련이 비밀조직처럼 다가가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한총련의 운영을 민주화해야 한다. 일반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한 한총련은 소수간부들의 정치적 이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북한의 지원에 의해 운영된다는 국민 일각의 의구심에 대해 화답해야 한다.
다섯째, 자기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학생운동의 주요 문건이 자체의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북한의 방송이나 문건을 일방적으로 베낀 경우가 태반이라는 말을 들었다. 개탄스럽다. 스스로 남한 사회에 대한 고찰과 대안연구가 없고, 이념적으로 교조화해 있으니 북한에 기대서 어찌해보겠다는 모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 당장 운동권에게 권력을 주면 3일안에 나라 말아 먹을 것이다」라는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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