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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바가지] "한국은 무서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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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바가지] "한국은 무서운 나라"

입력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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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통신업체 중국지사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싱가포르인 조세핀 탄(32·여)씨는 한국이 싫다. 아니 두렵다.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에, 가냘픈 체구의 싱가포르 커리어 우먼에게 한국이 두려움의 대상이 된 사연은 이렇다.20일 오후3시 김포공항. 한국지사와의 업무협의차 한국을 처음 찾은 탄씨는 숙소인 용산구 한남동의 모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한국지사 직원이 일러준대로 모범택시를 타기위해 짐가방을 들고가던 탄씨 앞에 택시 한대가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기사는 다짜고짜 가방을 잡아채더니 탄씨를 태웠다.

목적지를 앞둔 남산입구. 택시기사는 탄씨에게 서툰영어로 『6만5,000원』을 외쳤다. 당시 미터기에 찍힌 금액은 1만5,000원. 요금을 달러로 환산해 본 탄씨는 화들짝놀라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바로 차를 세우고는 탄씨에게 내리게했고 둘 사이에 손·발짓을 동원한 말다툼이 오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택시기사가 이번엔 탄씨를 강제로 차에 밀어넣으려 했다. 탄씨는 도망치듯 인근 사무실로 뛰어들어갔고 그곳 직원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은 후 한국지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직원이 도착하자 택시기사는 태연하게 『차가 고장이 나서 섰을 뿐』이라며 『요금으로 6만5,000원을 요구한적 없다』고 발뺌했다.

호텔에 짐을 푼 탄씨는 곧장 앓아누웠다. 목이 뻣뻣해지는 경련증세마저 보인 탄씨는 한국에서의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탄씨는 한국직원에게 『태국에서는 외국인을 납치해 돈을 뜯어낸다는데 한국도 그러냐』고 묻더니 결국 『한국이 두렵다』는 말을 남기고 23일 출국했다.

말레이시아인 수딘 아스리(33)씨에게도 한국은 잊지 못할 곳이다. 9월, 김포공항을 통해 난생 처음 한국땅을 밟은 아스리씨는 숙소인 광진구 광장동 모호텔로 가기위해 별 생각없이 택시에 올랐다. 택시가 도착하자 아스리씨는 기사로부터 5만원을 요구받았다. 공항에서 환전해온 돈을 다 털린 아스리씨는 호텔직원에게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택시료를 물었더니 되돌아온 대답은 『당신도 당했군요』였다. 아스리씨 역시 3일간의 한국출장 일정 내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다 출국했다.

모토롤라 반도체통신 정영훈(鄭榮勳·38)차장은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한 외국인 바이어들의 「열이면 열」모두가 바가지 요금을 썼다고 하소연한다』며 『차라리 돈을 더 주더라도 호텔 리무진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들 모두 「한국이 너무 두렵다」는 말을 남기고 떠날때면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소속된 회사의 세계적 통신망을 통해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경우 한국의 대외신뢰도가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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