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개혁파 지도자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27일 두번째 서방나들이에 나섰다. 이번 방문국은 79년 회교혁명을 주도한 정신적 지도자 호메이니가 망명생활을 했던 프랑스. 2박3일동안 프랑스에 머물면서 지난 3월 이탈리아 방문에서 시도했던 대 서방 화해를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프랑스는 미국의 제재로 대외봉쇄를 당한 이란과는 가장 가까운 서방국이다.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오일은 97년 미국의 대이란 금수조치를 깨고 2억달러의 이란 석유수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의 대 이란관계에 변화를 몰고 왔다. 따라서 하타미의 방문은 프랑스의 노력에 대한 답방성격이 강하다. 또 97년 대통령에 선출된 뒤 개혁파의 선봉에 선 하타미식 개방정책의 연장이기도 하다.
하타미는 이탈리아 방문을 통해 가톨릭과의 화해를 추진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땅을 밟는 등 사실상 고립주의 외교노선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한 경제재건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포도주 의전」 문제로 7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성사된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회교권의 승리로까지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당초 4월 방문이 추진됐지만 포도주의 종주국 프랑스가 내놓을 만찬장 포도주를 이란이 술을 금하는 회교 율법을 들어 거절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프랑스는 결국 전통적인 만찬을 생략하고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야 했다.
하타미의 프랑스 방문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란의 반체제 망명단체인 무자헤딘과 유대인 단체는 이란정부가 지난 3월 이스라엘에 대한 스파이 행위로 유대인 13명을 감금하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하타미 도착을 앞두고 즉각 이탈리아와 독일 사이의 국경을 통제하고 이란 태생의 외국인 입국을 불허하는 등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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