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쓰고 떼어낼 대자보, 굳이 새 종이를 쓸 필요가 있나요』대학가 대자보를 재생지로 쓰자는 운동을 벌이는 학생들이 있다. 주인공은 「지구의 날」(Earth Day) 회원인 박만호(朴萬鎬·27) 추성윤(秋盛允·25) 한성일(韓星一·25) 천성태(千成泰·20)씨. 한씨는 단국대 환경경제학과 4학년생이고 나머지는 동아방송대 광고홍보학과 2학년생들이다.
이들은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이화여대 등 9개 대학 학생회와 동아리 등에 1만6,000여장의 대자보용 재생지를 무료로 공급했다.
박만호씨가 전하는 동기는 단순했다. 『4월 어느 날 대자보를 재생지로 쓰면 나무를 덜 베도 되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 김에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우선 각 학교에 붙는 대자보를 조사했더니 1주일에 650∼700장이나 됐다. 예상보다 많았다. 그런데 재생지 생산업체는 거의 없었다. 경제성이 떨어져 업체가 생산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지회사에는 재생지 생산을 요구하고, 청와대에는 제지회사가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민원을 냈다.
효과는 의외로 빨리 나타났다. 한솔제지가 2년전 생산한 재고품을 대리점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그래서 추씨는 여름방학동안 미국 뉴욕의 레스토랑서 아르바이트하며 300여만원을 모았다. 다른 친구들도 주말을 이용,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손수레를 끌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재생지를 구입한 뒤 각 대학에 무료로 배포했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않고 하남국제환경박람회에 대학생으로는 유일하게 부스를 배정받아 환경보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대학을 에코 캠퍼스로 만드는 것. 1회용 컵을 쓰지 않고, 과제물로 종이 대신 디스켓으로 제출하며, 음식쓰레기도 줄이는 것 등이 에코 캠퍼스의 구체적 내용이다.
내년 2월이면 모두 졸업하는 이들에게 계획을 물어보았다. 추씨는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하면 할수록 사명감이 생기거든요. 이 일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한다면 더 좋고요』라고 대답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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