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판 노점상을 등쳐 4년간 1억여원을 뜯은 열쇠 수리상이 경찰에 붙잡혔다.이모(58·전과 18범)씨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내 인도에 알루미늄 새시로 만든 무허가 열쇠 수리점을 차린 것은 96년 6월. 하지만 이씨에게 열쇠 수리점은 부업이었고, 주수입원은 점포 앞에서 홍화씨와 호박씨 등을 파는 노점상 박모(38)씨 등 2명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이었다. 『열쇠 수리점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협박과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회유로 이른바 자릿세 명복이었다.
이씨는 노점상들이 돈을 주지 않으면 좌판을 뒤집어 엎기 일쑤였다. 96년 6월부터 99년 10월까지 이런 식으로 박씨 등에게 1인당 매월 100만원씩 총 1억여원을 뜯었다. 추석 등 대목이 되면 그 액수는 더 커졌다.
박씨는 『자릿세를 주지 않으면 이씨가 좌판을 걷어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며 『신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장사를 못하게 될 것 같아 참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겨울철에 손님이 없어도 요구하는 돈은 그대로여서 집에는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약령시장 내의 노점은 600여곳 이상. 노점상들에게는 자릿세 외에도 구청의 단속도 큰 두려움이다. 야채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46·여·성북구 돈암동)씨는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구청의 노점상 단속에 걸리는 것도 예사』라며 『이씨가 단속도 빼 주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26일 이씨에 대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 외에도 노점상을 상대로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배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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