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출범에 앞서 협상 의제의 범위, 의제선정, 협상방식 등을 정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사전협의가 농산물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회원국간의 팽팽한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특히 사전협의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농산물부문은 미국등 수출국들의 일방적 공세에 대한 수입국들의 격렬한 반발로 WTO대사급회의에서 관련 협의 자체를 유보키로 하는 등 교착상황까지 빚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뉴라운드 출범을 공식 선언할 시애틀 제3차 WTO각료회의를 불과 5주 앞두고 26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4개 WTO 주요회원국 비공식 각료회의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돼 「뉴라운드 유보론」까지 대두될 정도에 이르렀다. 로잔 각료회의에서 발표된 현안별 각국 입장을 중심으로 최근의 논의 동향을 정리한다.
◆의제범위·협상방식
미국은 뉴라운드의 의제를 농업, 서비스, 공산품 등 핵심적 이슈만으로 한정하자는 입장이다. 의제범위가 넓어질 경우 협상이 길어질 수 밖에 없어 시행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회원국은 의제범위를 개방해 투자·경쟁, 반덤핑 등 여타 분야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포괄적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3개 의제에 대한 추가시장개방의 댓가로 다른 의제에서 이해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3개 의제에 2~3개 의제를 포함하는 절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 농산물
미국과 농산물수출국그룹(케언즈그룹·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15개국)은 농산물시장의 대폭적이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케언즈그룹은 농산물도 공산품과 같은 수준의 무역 자유화를 요구하며 관세의 대폭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입장에 동조하면서 농산물 보조금 및 관세의 대폭 인하 및 삭감을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EU) 등 수입국들은 식량안보 및 고용문제 등을 들어 농산물의 비교역적 기능을 강조하면서 점진적인 시장개방을 지지하고 있다. 수출입국간의 첨예한 이견에 따라 농산물 의제협상은 뉴라운드 출범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은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수출입자유화 선언을 추진하고 있으나 EU와 한국 등이 반대하고 있다.
◆서비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거치며 금융시장 등에서 개방폭을 대폭 넓혔기 때문에 서비스시장 개방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법률 건축 회계 등 전문직서비스개방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점진적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 쟁점으로 정부조달 투명성 규범에 대해서 한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통일규범 마련을 위한 뉴라운드협상을 지지하는 반면, 대다수 개도국들은 반대하고 있다. 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국 구제책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ESG)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개도국이 찬성하는 반면, 선진국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밖에 뉴라운드협상이 본격화하면 최혜국대우(MFN)면제조치, 시청각시장 개방문제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으나 아직은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지 않다.
◆공산품
관세인하 원칙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상태이다. 하지만 품목별 차등관세 및 고관세문제 등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과 개도국간 이견이 팽팽하다.
반덤핑 규정 개정문제는 반덤핑조치 남발의 최대 피해국인 한·일이 함께 의제채택을 제안했으나, 미국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한·일은 산업 특수성을 감안해 임·수산물에 대해 공산품과는 별도 협상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지
만 대세는 공산품과 함께 일괄적으로 시장개방을 논의하자는 쪽이다.
기타 현안
미국과 EU 등은 무역과 환경의제를 뉴라운드에서 다뤄 환경문제를 무역조건과 연계시키자는 주장이다. 또 이들 선진국은 노동기준 역시 향후 논의의제로 추진중이다. 반면 한국과 대다수 개도국들은 자국의 산업수준 및 경쟁력을 들어 협상개시를 반대하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UR능가 개방태풍이 온다
뉴라운드는 기본적으로 무역자유화의 폭을 우루과이라운드(UR) 때 보다 더 넓히기 위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농산물부문에서 UR 쌀시장 개방 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개방효과와 파장에 있어 UR이 강풍이었다면 뉴라운드는 태풍이다.
◆농업
우선 UR에서 인정받았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시장개방과 관세인하폭을 선진국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따라서 쌀을 비롯한 전 품목에서 UR의 배에 가까운 시장개방을 진행시켜야 한다.
보조금 및 관세삭감부문에도 이해가 크게 걸려있다. 최근 논의동향에 따르면 뉴라운드에서는 추곡수매등 전통적인 가격지지책에 대한 폐지 및 과감한 감축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내 농가에 대한 추곡 수매량은 급격히 감축될 것이 확실하다. 관세 추가삭감 역시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마늘 파 등 생활작물의 생산·유통기반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국내 전문직 서비스시장의 개방 속도가 관건이다. 선진국들은 법률 건축 회계 등 14개 전문직서비스 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감안, 점진적 개방을 지지하고 있다.
또 서비스시장의 전반적 개방에 따라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 폐지문제도 본격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EU등이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뉴라운드에서 영상산업 개방이 논의될 경우 국내 영화산업에도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금융시장은 국내 개방폭이 충분한 만큼 업종자유화 등 일부 규제조치만 개선해나간다면 큰 추가파장은 예상되지 않는다.
◆공산품
추가 시장개방이 우리나라에 오히려 이로운 상황이다. 동남아 남미시장등의 관세장벽에 따른 수출애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UR수준의 관세인하시 연간 101억달러의 수출증대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EU 등의 반덤핑 남발과 관련, 반덤핑 규정 개정문제가 논의될 경우 국내 수출산업의 부당한 피해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된다.장인철기자
icjang@hk.co.kr
■정부 대응체제
정부는 뉴라운드 출범이 예고된 98년5월 제2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직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위원장으로하는 「뉴라운드협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준비체제에 들어갔다.
정부의 뉴라운드 대응원칙은 뉴라운드협상 방향에 대해 정부와 민간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수렴하고, 뉴라운드 의제와 협상방식을 담게될 제3차 WTO각료선언의 초안작성과정 등에 적극적인 제안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협상대책위는 해당부처 국장급을 반장으로 하는 농산물, 서비스, 공산품, 뉴이슈대책반, 규범대책반 등 5개 대책반으로 조직됐다. 각 대책반은 현안별로 관련 담당 부서장(과장급)을 팀장으로 국제적 논의동향과 우리측 대응방향, 전문가 의견 수렴작업 등을 진행, 대책반에 협상대책을 상시 보고한다. 또 각 대책반에는 한국개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원과 각 대학·민간경제연구소 학자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협상대책위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수렴된 협상 방향을 총리 주재 대외경제정책조정위원회, 경제차관간담회, 국무회의 등에 수시 보고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반덤핑의제 등을 비롯해 선언문초안 작성과정에 11개제안서를 제출했고, WTO 대사급회의(일반이사회), 뉴라운드지지국모임(FNR), WTO 주요국회의 등을 통해 농산물과 반덤핑 등 현안에 대해 국제협력체제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뉴라운드에 따른 산업구조조정 등 국내 대응책을 종합적으로 준비하는 총괄체제는 아직 구성되지 못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협상 진행과정
뉴라운드는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21세기 세계 교역질서를 규정할 새로운 다자간무역협상이다.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 의제범위, 의제, 협상방식 등에 관한 각료선언문을 채택함으로써 공식 출범한다.
따라서 뉴라운드는 시애틀 각료회의 후 향후 3년간 농산물, 서비스, 공산품 등 구체적 현안을 두고 WTO회원국간에 시장개방을 논의할 협상 테이블을 지칭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뉴라운드 협상에 앞서 현재 협상의 원칙과 방향을 정할 시애틀 각료선언문 작성과정에서 각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WTO 각료선언을 통해 일단 뉴라운드 의제가 확정되면 농산물, 서비스, 공산품 등 각 의제별로 WTO 산하의 협상기구에서 시장개방폭, 관세인하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된다.
WTO에는 현재 상품교역이사회, 서비스교역이사회, 지적재산권이사회, 복수국간 협정하의 기구 등 4개 조직이 있으며, 그 아래 시장접근위원회, 농업위원회 등 소위원회가 구성돼 뉴라운드의 실질적 협상은 이같은 소위원회체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협상분위기의 쇄신 등을 위해 별도 협상기구를 조직하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각 소위원회 별로 협상이 끝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뉴라운드협정 문안을 작성,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각 소위원회별 협상결과에 대해 개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지, 아니면 각각의 협상결과를 3년후에 뉴라운드협정문을 일괄작성한 후 시행에 들어갈 지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장이 갈라지고 있다. 미국 등은 타결이 된 협상별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자는 반면, 우리나라 등 대다수 국가들은 협상 막판의 「주고받기」식 협상을 위해 일괄타결·일괄시행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뉴라운드 협정은 2003년부터 새로운 무역규범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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