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가족들의 조심스런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박영실(朴永實)옹은 오히려 주변의 건강을 챙기는데 더 신경을 쓴다.박옹의 직업이 약방 운영자이기 때문이다. 경북 영덕군 덕곡동에서 아세아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옹은 아마도 국내 약국 주인 가운데 최고령 기록을 갖고 있을 듯하다. 박옹은 일반인 같으면 뒷방이나 차지하고 앉았을 나이인데도 매일 새벽6시면 어김없이 약국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박카스 박스 몇 개는 거뜬하게 들어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근력도 좋다. 86년 아내가 세상을 뜬 후에는 혼자서 일해왔고 올해에야 3남2녀 중 맏딸인 옥인(玉仁·67)씨가 들어와 일을 돕고 있을 정도이다.
박옹이 양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경북 청송군 이전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4세때부터. 중학진학이 여의치 않자 단신으로 포항에 와 일본인이 경영하는 약방에서 일을 거들게 됐다. 박옹은 16년간 이 일을 하면서 독학, 당시 일본인들도 따기 힘들다는 약종상 자격을 취득했다. 1938년 현재의 장소에서 당초 박옹의 일본 발음인 아라이약방으로 문을 열었다가 해방후 아세아약방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오고 있다.
『하루 매상은 4만~5만원 정도라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손님들과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일을 하는게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같아 약방문을 연다』며 환하게 웃는다.
때로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무료로 약을 주기도 하고 조약처방을 일러준다. 때문에 추수철이면 도움을 받았던 청송, 영양 등지의 주민들이 버섯, 산나물, 옥수수, 감자 등을 가지고 찾아와 약국은 부식가게처럼 변하기도 한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상의 비결』이라며 『누구나 주어진 사명감에 따라 열심히 일하며 봉사할 때 건강과 기쁨이 함께 한다』고 말한다.
영덕=이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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