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외교가 중산복(中山服)과 왈츠에서 상징되듯 동서양의 이질적 요소가 물흐르듯이 교차하는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江주석은 19일 영국 방문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베푼 버킹엄궁 만찬석상에서는 중산복, 이른바 인민복을 입고 나타나 대국의 자부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21일 주영 중국대사관 주최 연회에서는 브로드웨이의 히트곡을 열창했다. 또 24일 프랑스에서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와 즉석에서 왈츠를 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강한 중국」의 위상을 드러내면서도 서구 문화에도 익숙한 세련된 현대 중국인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의 스타일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도 재확인됐다.
쉽게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않는 그의 외교 스타일을 감안할때 江주석의 중산복 착용은 뭔가 할 말을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그것은 중국이 쑨원(孫文)과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 이념을 계승하고 있으며 서구의 패권을 인정하지않겠다는 시위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버킹엄궁 만찬 연설에서도 江주석은 『일부 국가의 강권정치가 세계 질서가 흐뜨러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방문때 그러했듯 주특기인 「음악」으로 영국과 프랑스인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주영 중국 대사관 연회에서 중국 민요를 불러 환호를 받은뒤 30년대 브로드웨이 히트곡 「우리 마음은 젊고 외로웠네(Our Hearts Were Young And Grey)」를 하원의장과 듀엣으로 불렀다. 江주석은 오래전부터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좋아하고 팝송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를 애창하는 서구화한 중국인으로 알려왔다. 프랑스에서 대통령 부인과 왈츠를 춘 것도 江주석의 즉흥 제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江주석은 이번 순방에서도 중국의 인권문제를 비난하는 각종 시위때문에 영국 총리 관저에서는 정문으로 들어가지못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반면에 江주석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한 영국에서 이 조약을 비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비준안을 거부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타격을 가했다. 江주석은 26일 포르투갈로 출발해 모로코, 알제리, 사우디 아라비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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