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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누가 문화재를 벙어리 기생이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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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누가 문화재를 벙어리 기생이라 했는가

입력
199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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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문화재를 벙어리 기생이라 했는가 /고제희 지음1946년 미군정의 서울. 남대문 시장 건너편 5층 짜리 건물인 요릿집 금천대회관의 지하실. 쫓겨가는 일본인의 짐에서 미군이 압수한 고미술품들이 가득 쌓인 곳. 그곳에 미군 상사에게 이끌려 간 골동품상 엄창익은 일본인들이 약탈한 우리 유물들의 이름과 쓰임새를 상세하게 일러준 뒤 보답으로 족자를 하나 받아들었다. 일본 그림일줄 알고 걸어두고 아무렇게나 팔아치우려던 그 그림은 「맹호도」. 지금은 작가가 모호해졌지만 심사정의 그림으로 추정했던, 호랑이 그림 중에서는 최고로 치는 그림이었다.

이 책은 우리 문화재의 발굴과 유출, 그리고 되찾기에 얽힌 갖은 비사들을 한데 모았다. 그런 문화재 사랑과 수집의 한가운데는 전형필, 이병철 등이 있다. 또 일본인들이 돌아가며 헐값으로 내놓은 국보급 문화재를 산더미처럼 수집하여 호사를 누리다가 사업에 실패하자 보물들을 외국으로 팔아넘긴 장석구 같은 사람의 비행도 낱낱히 기록하고 있다. 대동풍수지리연구원장인 지은이는 문화재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예술혼이 깃든 작품의 감상법과 미술품 경매제도, 문화재 지정절차, 금속유물 감정법 등 문화재 관련 이야기를 보충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다른세상 발행. 9,000원.

▲일본인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정대균 지음

무엇이든지 기록하고 꼼꼼히 관찰하는 습성, 친절하고 섬세한 성품. 하지만 간사하고 때로는 표독한 사람들. 한국인이 일본인을 두루뭉수리로 엮어서 이야기할 때 주로 거론하는 표현들이다. 그럼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볼까?

도쿄 도립대 교수인 지은이는 일본인이 한국인을 볼 때도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시각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혐오와 멸시가 있는 한 편에 연민과 동정 또는 호감과 친밀감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부정과 긍정은 역사와 사회, 문화의 특정한 시기에 따라 한쪽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1940년대 들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가 60,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좋아진 점을 지적했다. 결론은 한국과 일본의 「합리적인 공존」. 지은이는 두 나라 관계에 대한 수많은 담론들이 감정적이고 단선적이기 쉬웠다고 지적하면서 좀더 진지한 생각과 토론을 통해 배타적인 민족주의나 극단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강 발행. 1만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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