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도시계획에 묶인 땅 소유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은 국민재산권 회복과 위헌적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경종이어서 환영할만한 일이나 일면 부작용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이번 결정이 도심의 「녹색 쉼터」 조성에 큰 차질을 빚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이번 헌재 결정의 직접 효력이 미치는 10년 이상 미집행 도시계획 용지는 전국적으로 735㎢에 달한다. 이중 공원과 녹지 등 도시의 쉼터로 계획된 토지가 543㎢로 전체의 72%에 이른다는 사실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발연대의 광기에 빌딩숲을 올리는데 여념이 없었던 정부와 시당국들이 80년대들어 뒤늦게나마 공원과 녹지 조성에 신경을 써왔고, 그 결과가 손톱만큼씩 나타나고 있는게 우리 도시의 현주소다.
52종에 이르는 도시계획용지중 공원과 녹지 유원지 등 녹색휴식공간으로 지정되는 용지의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이에 시민들은 지지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서울의 경우 시민 1인당 근린공원면적이 5.4㎡(계획기준)로 뉴욕 런던 파리 등 선진국의 대도시들과 비교할 때 최대 5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 헌재 결정은 이처럼 절실한 도심의 녹색공간 확대에 자칫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들은 10년 이상 미집행 도시계획 용지에 대해 금전보상하든지, 도시계획을 해제하든지, 또는 소유자의 매수청구권을 받아들이든지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중 당국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유혹을 받기 쉬운 선택이 「계획해제」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재정상태가 극히 취약해 금전보상이나 매수청구를 수용할만한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도시공원 지정용지중 이번 결정의 직접 대상이 되는 나대지의 비율이 대수롭지 않아(서울시 경우 10% 추정) 크게 우려할게 없다고 보는 모양인데 이는 안일한 자세다. 절대규모상의 소수 비율이 계획 전체를 왜곡하거나 심지어 무산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도시에서 공원과 녹지가 갖는 환경 보건및 시민정서상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존 도로를 가로공원 등 휴식공간으로 개조하고 있을 정도다. 그린벨트마저 금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심녹지의 기반붕괴를 막기위해 각 지자체는 금전보상 매수청구 등에 녹지공간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고 중앙정부는 필요할 경우 국가보조를 통해서라도 콘크리트숲속의 오아시스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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