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도 「중도좌파 정권」이 등장했다.중도좌파 야당연합후보인 페르난도 델 라 루아(62)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24일 실시된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페론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 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한편 새로운 좌파정권을 열었다.
델 라 루아가 페론당의 50년 아성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사상 유례없는 14.5%의 고실업과 고위공직자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범죄의 증가 등으로 유권자가 페론당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또 판초와 촌스런 넥타이 차림에 재치있는 말투로 너스레를 떨던 메넴의 통치스타일에 질려 정직하고 진지한 양복차림의 델 라 루아가 아르헨티나의 위엄을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재임시 시 재정적자를 해소한 그의 행정능력과 부정부패 척결의지도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크게 기여했다.
집권 페론당의 자중지란는 델 라 루아의 승리를 굳혀주었다. 3선 개헌을 추진한 메넴의 계획에 페론당 후보인 에루아르드 두알데가 반대, 페론당은 선거를 앞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델 라 루아 당선자의 앞길은 험난하다.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과 고실업으로 상징되는 극심한 경기 침체의 극복은 물론 페론당과의 협력도 만만찮다. 페론당은 여전히 23개 지방정부중 11개와 상원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노조마저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페론당의 협력을 얻지못할 경우, 정책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메넴 전대통령은 2003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며 막후정치를 계속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메넴 전대통령이 91년 초인플레를 잡기 위해 도입한 태환정책(페소화와 달러화의 1대1 교환)과 자유경제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혀 급격한 경제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델 라 루아 대통령 당선자
페르난도 델 라 루아(62)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는 청렴한 이미지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 지도자에 올랐다.
1937년 코르도바에서 출생, 코르도바대 법대를 졸업한 뒤 21세부터 변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73년 사회민주당 성향의 라디칼(급진)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정계에 진출했다. 83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에게 패배, 깊은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으나 96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첫 민선시장 선거에서 승리, 재기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야당연합 대선후보 경선에서 재야운동단체 「5월광장 어머니회」 회장 출신인 그라시엘라 메이히데 하원의원(프레파소당)에게 승리하면서 대권 도전의 발판을 다졌다.
델 라 루아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재임 3년간 고질적인 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등 탁월한 행정능력을 발휘해 수권능력을 인정받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답게 낙태를 반대하며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성경을 꼽는다. 조류와 식물의 생태에도 조예가 깊다.
/최기수기자
■메넴대통령 4년후 3選 도전 밝혀
『4년후에 다시 봅시다』
3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규정 때문에 집권 10년만에 물러나는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4일 『오는 12월 10일 1분 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퇴임하겠다』고 밝히고 그러나 『2003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의욕을 내보였다.
그는 89년 취임초 무려 4,000%대에 이르던 인플레를 1% 대로 잡는 등 재임중 빈사상태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했다. 90년대 중반에는 고도 성장의 신화를 이룩했으며 코앞에 닥쳐온 멕시코 경제위기도 물리쳤다. 특히 페소화와 미 달러화 가치를 1대1로 묶는 태환(兌換)정책을 도입, 경제안정을 확보했다.
또한 5년 단임의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으로 고쳐 95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합의를 도출, 민주주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았다. 한때 3선개헌 추진으로 장기집권의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저항에 거세자 포기하고 물러섰다.
그러나 그의 성장정책으로 사회적인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은 더욱 깊어졌고 치안부재 상황도 재연됐다. 부정부패도 만연했다. 대통령직에 대한 열정이 채 식지 않은 그를 4년후 다시 만날수 있을까.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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