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하면 흔히 그리스·로마신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신화 없는 민족은 없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신화가 있다. 사람은 어떻게 세상에 태어날까. 왜 죽나. 목숨의 길고 짧음은 무슨 까닭일까. 신화는 이러한 근원적 질문에 무궁무진한 우주적 상상력으로 대답한다.우리나라 신화라니, 그게 어디에 있나. 무당이 굿할 때 부르는 노래에 수두룩하다. 그러나 입으로만 내려온데다 무당을 얕보는 풍조가 겹쳐 그런 게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국문학자나 민속학자들이 무당 노래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됐지만 일반인 특히 어린이에게 우리 신화를 들려주는 노력은 아주 미미한 편이다.
정하섭(33)씨가 쓴 「삼신할머니와 아이들」 「염라대왕을 잡아라」(창작과비평사발행. 각권 6,500원)는 무당 노래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신화를 어린이를 위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이야기 책이다. 어린이에게 신화를 소개하는 「이 세상 첫 이야기」 시리즈의 첫 두 권으로 나왔다. 이런 책으로는 올봄 한겨레출판사가 펴낸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5권) 이후 처음이다.
「삼신할머니와 아이들」은 아기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머니와 삼신할머니가 세상에 보낸 용감하고 슬기로운 아이들 이야기, 「염라대왕을 잡아라」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보따리이다.
「삼신할머니와 아이들」 에는 하늘나라 서천꽃밭에서 정성껏 가꾼 꽃을 하나씩 손에 들려 아이들을 세상에 보내는 삼신할머니, 아기 얼굴을 곰보로 만드는 심술궂은 마마(천연두)신 대별상, 병을 앓게 하는 손님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모시면서 꿋꿋하게 살던 한락궁이가 서천꽃밭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고 서천꽃밭지기가 된 사연, 부모를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났지만 슬기롭고 착한 행동으로 하늘나라 선녀가 된 오늘이 이야기 등 5편이 실려있다.
「염라대왕을 잡아라」는 범을 황제의 세 아들이 죽은 사연을 밝히기 위해 저승으로 염라대왕을 잡으러 갔던 강임이가 저승사자가 된 사연, 북두칠성이 된 칠성님의 일곱 쌍둥이, 마음만 착했지 아무 일도 할 줄 모르는 궁상이가 슬기로운 부인 덕에 난관을 헤치고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 부부가 된 궁상이의 개와 고양이 등 5편을 담고있다.
신화는 민족 정신의 뿌리이다. 지은이 정하섭씨는 『우리나라 서사무가(敍事巫歌)는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 없는 훌륭한 신화인데, 어린이들이 우리 신화를 모르고 크는 것이 안타깝다』며 『좀 더 많은 이들이 우리 신화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스·로마신화는 호메로스를 비롯한 많은 시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다듬어진 것이다. 모처럼 나온 어린이를 위한 우리 신화 이야기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시인들도 우리 신화에 눈길을 돌렸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오미환기자
mn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