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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버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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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버트 김

입력
1999.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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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다민족 사회다. 무수한 인종들이 더 나은 삶을 향해, 혹은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몰려든다. 기회를 찾은 이들이 새로운 미국질서에 순응해야 함은 당연하다. 미국사회를 일컬어 「멜팅 포트(용광로)」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광로는 새로운 질서를 의미한다. 요즘 미국사회를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고도 한다. 개체의 모습이나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전체로서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멜팅 포트가 됐든, 샐러드 볼이 됐든 미국사회는 여전히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공간임에 틀림없다.■얼마전 「공개질의서」를 통해 우리들의 심금을 울렸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은 한국계 미국 시민이다. 그는 96년 9월 간첩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유죄답변타협(Plea bargain)으로 간첩죄 보다 등급이 낮은 국방정보획득 음모죄로 징역9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미 해군 군무원이다. 「질의서」에서 그는 결과적으로 한국정부를 도운 자신을 왜 한국정부가 모르는 체 하느냐고 탄식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 했으면 그랬을까.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형식논리로도 이 문제는 미국법원이 미국법을 위반한 자기국민을 재판한 행위다. 제3국이 「감놔라, 배놔라」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외교적 관심을 보였다가는 대세를 그르칠 염려마저 있다. 미국법이 단죄하는 것은 유출문서 내용이라기 보다 74년 그가 미국시민으로 행한 충성선서에 대한 배신행위다.

■이미 민간차원에서 그를 돕는 운동이 활발하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유능한 변호사 조력을 얻도록 모금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미국사회의 불신이다. 한국인은 미국에 충성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모국에 더 충성을 바친다는 인식이 생겨 난 다면 코메리칸의 장래는 암담하다. 교민정책도 이런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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